2024년 3월(레지아 훈화)
‘삶의 거름망’
해마다 맞이하는 사순시기는 ‘삶의 거름망’과 같습니다.
불순물이 있을 때 거름망으로 그것을 거르듯이,
사순시기 동안 우리는 내 안의 불순물을 거르고, 여러 가지 죄와 허물을 씻어냅니다.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릴 수 없기에 자주 나를 돌아보며 제대로 가고 있는지 살피는 것은
하느님 앞에 선 사람에겐 꼭 필요한 작업입니다.
또 하나 우리 삶의 거름망이 있다면, 광야입니다.
사순 제1주일 복음에, ‘성령께서 예수님을 광야로 내보내셨다.’(마르 1,12 참조)는 말씀이
있습니다.
광야로 내보내진 예수님은 그곳에서 신원 의식을 분명히 하고 악의 유혹을 물리치십니다.
광야는 사람이 살기에 힘든 환경인데,
오묘하게도 하느님은 예수님에게 광야를 허락하셨고
그곳으로 이끄셨다는 데서 큰 의미를 발견합니다.
우리 삶에 광야는 여러 가지로 나타납니다.
어려운 인간관계나 세상의 유혹일 수도 있고, 힘든 시간을 보내는 현재이기도 하고,
병과 죽음이거나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상황 앞에 사람은 생각과 감정과 믿음에 많은 혼란을 겪습니다.
어려운 일이 없기를 바라는 우리이지만, 한편으론 예수님께 광야를 허락하셨듯이
우리에게도 이러한 광야를 하느님이 허락하셨을지 모릅니다.
그것은 내가 누구인지, 하느님 앞에 어떻게 서야 하는지를 광야가 잘 보여주고,
그곳에서 ‘참된 나’를 발견하기를 하느님이 바라시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런 의미가 있기에 사순시기와 광야는 은혜로운 때요,
적극적으로 그 안에 들어가서 주님을 만나야 하는 소중한 시간임에 틀림없습니다.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 합니다.
옳고 좋은 것을 선택하고,
우리의 죄와 허물을 씻어주시는 하느님께 삶의 방향을 맞추면서
이번 사순시기도 은혜롭게 보내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