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삶의 길

가톨릭부산 2024.03.06 11:16 조회 수 : 6

호수 2803호 2024. 3. 10 
글쓴이 윤경일 아오스딩 
참 삶의 길
 

 
 
윤경일 아오스딩
좌동성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이 지혜를 가르쳐 주지만, 힘겹지만 진정한 체험을 지속하다보면 영적인 성장이 일어나서 어떠한 상황이 펼쳐지더라도 꿋꿋이 나아갈 수 있다.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한 사람의 스토리가 있다. 그는 조직 폭력배와 마약쟁이라는 어둠의 삶을 박차고 일어나 진정한 빛을 발견했다. 풀 한 포기 없는 척박한 땅이었지만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난 후 생명의 꽃이 피어나는 느낌을 그에게서 받는다.  
 
   하요한과의 인연은 20년 전 그의 아들의 정신과 진료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잘 몰랐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파란만장한 그의 삶을 알게 되었다. 그는 13살 때 가출하여 소매치기로 소년원을 전전했고, 성인이 되자 시외버스터미널을 관리하는 깡패조직에 들어가 각목과 쇠 파이프를 휘두르며 맹수처럼 싸워 조직의 보스가 됐다. 그리고 도박과 마약의 늪에 빠져 폐인처럼 지내다가 극적으로 천주교 신자가 됐다. 교도소를 밥 먹듯 들락거리던 깡패가 하느님의 자녀가 되다니! 문신을 한 그가 처음 성당에 나타나자 신자들이 얼마나 당황했을까. 혼자만 하느님을 차지할 수 없다는 생각에 그가 깡패 동생들까지 대동하고 나타나니 신자들은 기겁하며 피하기도 하고, 평화의 인사를 할 때는 이들에게 눈도 마주치지 못했단다. 
 
   신앙인이 된 후 하요한은 출소자들을 돌보며 함께 지내기로 결심한다. 장기간 복역 후 사회에 나오면 다시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들어가는 그들에게 하느님을 통한 부활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성모울타리공동체’를 만들게 된다. 그가 사는 곳을 찾아간 적이 있다. 별의별 사고뭉치가 모여 있다 보니 그날도 사고 친 이들에게 그가 군기를 잡고 있었다. 
 
   “그러므로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차려입을까?’ 하며 걱정하지 마라.”(마태 6,31) 여러 성당을 다니며 우리밀 빵을 팔아 출소자 동생들과 거처할 집을 어렵게 마련했는데 방화 3범인 식구가 불을 질러 집이 전소되었을 땐, ‘주님, 왜 꼴통들을 저에게 보내주셨습니까?’라고 하요한은 탄식했단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며 낡은 컨테이너 두 대를 헐값에 구입하여 버티어나갔다. 시련을 겪을수록 하느님께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고 그가 고백한다.
 
   얼마 전 주일 교중미사 때 성모울타리공동체 후원을 위한 홍보 시간이 마련되었다. 하요한은 자신의 삶을 소개하다가 갑자기 자신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며 내 이름을 언급하지 않는가. 어찌나 당황스럽든지... 하느님의 착한 양으로 변신한 하요한의 삶에 감동하여 많은 신자들이 정기후원을 신청해 주었다. 나도 그의 옆에서 후원 홍보를 도왔다.
 
   한 달에 한 번씩 본당에 찾아오는 성모울타리공동체의 빵장수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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