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3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예수님의 성전 정화 이야기는 사순시기 동안 우리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잘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몸을 두고 성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바오로 사도는 세례를 통해 예수님 안에 다시 태어나고, 성령이 함께하는 우리들을 성전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바로 하느님의 성전입니다.”(1코린 3,17). 이러한 말씀은 성전이란 하느님의 현존이 드러나는 곳이란 것을 말합니다. 비록 우리의 몸은 예수님의 몸이 아니지만, 예수님을 모시는 사람이라면 성전을 정화하듯이 우리 몸을 정화해, 우리의 몸을 통해 하느님의 현존을 이 세상에 알리는 징표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세상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는 신앙인이 되기 위해 우리 자신을 정화하는 시기가 바로 이 사순시기입니다.
어느 날 염전에서 일하던 인부가 일을 하다 실수로 소금 가마니를 바다에 빠뜨렸습니다. 금세 건졌는데, 커다란 가마니 속 소금이 모두 녹았습니다. 소금이 물에 잘 녹는 건 알았지만, 김장 때 배추를 절이기 위해 소금을 물에 녹일 때면 힘껏 휘젓고도 한참을 기다려야만 했기에 그 인부는 매우 의아해졌습니다. 그러나 의아함도 잠시, 소금은 애초에 바다로부터 취한 것이기 때문에 담수에서와 달리 금세 녹아버린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바다로부터 취한 소금은 바다를 만나면 금세 옛 모습으로 돌아가고 맙니다. 이것은 그리스도인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에서 취한 존재입니다. 따라서 세상과 섞이기 시작하면 금세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맙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주의 깊음이 필요합니다. 항상 깨어서 세상의 유혹을 경계하며 조심스럽게 자신을 살피지 않으면 자신의 구별됨을 온전하게 유지할 수 없습니다. 벌써 중반에 들어선 사순시기, 우리 자신을 주님께 봉헌하며 주님과 함께 부활의 영광을 누리기 위해 세속적인 모든 욕심과 행위를 정화하여 진정으로 성령이 거처하는 아름다운 성전을 만드는 잠에서 깨어나는 시기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는 진정한 성전으로 거듭나는 시기가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