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중미사 강론
2024.03.03 13:52

사순 제 3주일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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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3주일(나해, 2024년 3월 4일)강론>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성전을 정화하십니다. 사랑을 그토록 외치셨던 분께서 손에 채찍을 드시고 사람들에게 휘두르십니다. 또한 돈을 쏟아버리고, 탁자를 엎어 버리시지요. 그만큼 예수님께서 화가 나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웬만해서는 화를 내시지 않는 그분께서 왜 이토록 화가 나셨을까 생각해봅니다. 
 
예수님의 분노를 생각하며 우리 인간이 드러내는 두 가지 종류의 분노가 생각납니다. 하나는 악한 분노인데 이는 인간이 자제력을 잃고 타인에 대해서 과격하게 감정을 터뜨리는 것을 말합니다.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이기적인 마음에서 나오는 과격한 분노는 사람들을 억압하고 심지어는 살인에까지 이르게 합니다. 예수께서는 그러한 분노를 배격하시고 서로 화해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마태 5, 22)
 
또 다른 하나는 거룩한 분노인데 이는 사랑으로부터 오는 분노입니다. 성경에서는 하느님께서 분명히 분노하신다고 말합니다. 그 분노는 인간의 반역에 대한 하느님의 반응을 말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잘 되기를 바라시는 마음에서 나오는 애증(愛憎 love hate)과 같은 것입니다. 하느님의 분노는 잘못된 길로 빠져드는 자식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자 하시는 자비심에서 나온 것이며, 불의를 의로움으로 바꾸어놓으시는 하느님의 정의(正義)입니다.
우리의 삶이 세속의 타성에 젖어들고 우리 마음이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질 때 주님의 거룩한 진노는 우리를 정화시키십니다. 
 
예수시대 유대인들에게 성전은 하느님을 만나고, 죄를 용서받을 수 있는 곳으로서 세상에서 가장 성스러운 곳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남자들은 누구나 일 년에 한번 성전세를 바쳐야 했는데, 그 돈은 반드시 이스라엘 은화로 바쳐야 했습니다. 그 이유는 당시의 로마 화폐에는 황제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고, 이 화폐를 통해서 우상숭배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당시에 쓰고 있었던 로마화폐를 이스라엘 돈으로 바꾸기 위해서 성전 뜰에 환전상들이 줄지어 서 있었던 것입니다.
당시의 환전상들이란 오늘날로 치면 환차익이나 폭리를 노리는 투기꾼들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희생 제물로 바쳐야 할 소, 양, 염소, 비둘기 등을 파는 상인들로 이 성전 뜰이 북적거렸지요. 이는 자신의 죄를 용서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희생제물을 바쳐야 했는데, 다른 곳에서 가져온 희생제물은 깨끗하지 않다고 하면서 불합격 판정을 내림으로써 사람들은 터무니없이 비싼 값을 주고서라도 제물을 살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와 같이 돈으로 타락한 성전에서 당시 종교지도자들은 성전을 통해서만이 하느님을 뵙고, 성전에서 파는 짐승들을 봉헌해야만 죄를 용서받는다고 가르쳤습니다. 예수께서는 이와 같이 ‘돈에 눈멀어 성전을 더럽히고, 하느님의 자비에 눈감아버린 자들’을 호되게 꾸짖으시고 이들을 채찍으로 몰아내심으로써 ‘당신의 복음 선포’를 시작하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이 성전을 허물어라.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라고 말씀하심으로써 ‘형식화된 성전에서 마음에 없는 예배로’ 하느님을 섬기는 습관화된 종교 행위를 철저히 배격하셨습니다.
하느님을 뵙고, 찬미 드리는 성전은 이제 물리적 공간을 넘어, 하느님께 자신을 온전히 바쳐, 죽으시고 부활하심으로써 자비로운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신 ‘당신의 몸이 바로 성전이 되실 것’이라 선포하셨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성전은 어떠합니까? 사도 바오로는 우리가 예수님을 모시고 예수님과 함께 살아가기 때문에 우리의 몸이 하느님의 거룩한 성령이 머무르는 성전이라고 가르칩니다. 우리 몸이 거룩한 성전이라면 우리를 더럽히는 것들을 몰아내야 합니다. 거룩한 성전인 우리의 몸을 함부로 대하는 한 예화가 생각납니다.
똑똑한 아들로서 서울로 가서 일류대학에 입학했으며, 엄격한 부모 밑에 가정도 부유한 편인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그는 방학이 되어 집으로 와서 쉬고 있는 동안 서울의 한 병원에서 아들 진료영수증 발송되어 온 것을 부모님이 보게 되었습니다. 내용인즉, 아들이 애인을 사귀고, 명품가방을 애인에게 선물하기 위해 자신의 장기를 떼어 팔아 선물했다고 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세속적인 가치들을 좇아 경쟁 사회에 내몰린 우리의 모습은, 인간의 지혜나 힘이 과연 얼마나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지 의문을 품게 하며, ‘만물의 영장’이나 ‘하느님의 성전’이라는 표현을 무색하게 합니다.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인간다움을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에 빠져 자신의 욕구대로만 살아간다면, 더 큰 ‘주님의 집’인 이 세상에는 이기주의와 분열만이 난무할 것입니다. 
사순시기를 지내는 동안 우리 자신을 성찰과 참회, 그리고 보속을 통해 영혼과 육신 모두가 정결한 주님의 성전이 되도록 합시다. 그러기 위해 겉모습만이 아니라 세상 걱정과 욕심들로 가득 찬 내 안의 성전까지 깨끗이 정화함으로써 기쁜 부활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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