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길 기도(2024년 3월 1일)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 사랑하올 주님, 제가 기도하고 싶은 열망이 깊어지게 하소서. 주님께 시간을 후하게 드리는 것이 제게는 여전히 어렵기만 합니다. 저는 아직도 시간에 욕심이 많습니다. 저는 아직도 불평불만에 쌓여 있을 때가 많습니다. 저는 여전히 저의 만족만을 채우려는 이기적인 마음을 지니고 있습니다.
주님, 주님께서는 단순히 제가 주님 앞에 있기를, 제 벌거벗은 모습을 겸손히 인정하기를, 핑계대지 않고 저의 잘못을 고백하기를 바라실 뿐임을 저도 알고 있습니다.
주님,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는 이 순간만이라도 저를 온전히 당신 앞에 봉헌하오니, 당신께서 걸어가신 십자가의 신비 속으로 저를 초대해 주소서.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 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1처 예수님께서 사형선고 받으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예수님께서 본시오 빌라도의 불공정한 판결 앞에 서 계십니다. 이것이 아버지의 듯이기에 침묵으로 응답하는 예수님을 바라봅니다.
주 예수님, 저는 저를 지배하는 사람들에게서 하느님의 뜻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상식 밖의 일이나 저에게 불리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당신의 사형선고를 바라봅니다.
주님, 다시 한번 하느님의 뜻을 묵상해 봅니다. 아버지께서 허락하시지 않으면 그 어떤 결정도 가능한 것이 아님을 알기에 저도 항변을 거두고 침묵 안에서 받아 들이는 당신과 일치하고 싶습니다.
영광이……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 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2처 예수님께서 십자가 지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예수님, 당신께서 십자가를 어깨에 지고 계심을 바라봅니다.
저도 제 일상의 십자가를 지겠습니다. 종종 저의 하루를 망쳐 버리는 단조로움을 달게 받겠고, 갖가지 불편함, 여름의 더위나 겨울의 추위, 실망과 긴장, 좌절과 걱정도 기꺼이 받겠습니다. 제가 십자가를 짐으로써 저는 주님과 함께, 주님의 십자가를 지고 간다는 것을 자주 되새기게 해 주소서. 저는 다만 이 한 조각을 지고 갈 뿐이지만, 주님은 그 한 조각을 제외한 저의 모든 십자가를 지고 가신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소서.
영광이……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 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3처 예수님께서 기력이 떨어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예수님, 당신께서 약한 인간의 모습으로 넘어지시는 고통을 바라봅니다.
저의 모든 약점, 짜증과 불평들, 머리 아픈 일들과 몰려오는 피로, 몸과 마음과 영혼의 모든 부족함을 기꺼이 받아 들이겠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저를 위한 당신의 뜻이기 때문에 저는 제 인간성의 모든 약함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이에 따르는 모든 고통을 제 것으로 끌어 안겠습니다. 저의 모든 불만 속에서도 만족할 줄 아는 마음으로 저를 채워 주시고 당신 뒤를 따라 갈 힘을 주소서.
영광이……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 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4처 예수님께서 성모님을 만나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성모님께서 채찍질 당하고 짐승처럼 내몰리는 아들 예수님을 바라보고 계십니다. 사랑하는 아들의 고통을 지켜 볼 수 밖에 없었던 어머니 마리아에게는 그 지켜봄 자체가 참으로 어렵고, 아픈 고통이었습니다.
저도 성모님처럼 저의 부모님과 가족들, 혹은 저의 자녀들, 친척들, 친구들의 고통을 지켜보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도 저의 고통을 지켜 볼 때가 있습니다.
주님,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마침내 선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을 믿을 수 있도록 저에게 신앙의 은총을 내려 주소서.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고 믿을 수 있도록 저를 변화시켜 주소서.
영광이……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 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5처 시몬이 예수님을 도와 십자가 짐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예수님, 다른 이의 도움을 기꺼이 받아들이시는 당신을 바라봅니다.
주님, 제가 신앙생활을 할 때마다, 거리에 떨어진 쓰레기 하나를 주울 때마다, 하찮은 일로 이웃을 도울 때마다, 가게에서나 차 혹은 전철 안에서 다른 사람에게 양보할 때마다, 굶주리거나 가난한 이들에게 나의 것을 조금이라도 나눌 때마다, 제가 알고 있는 것을 친절하게 가르쳐 줄 때마다, 아니면 어떻게든 제 손을 빌려줄 때마다, 누구에게든 상관없이 저의 이름은 주님을 도와 십자가를 함께 짊어졌던 시몬임을 제가 깨닫게 해 주소서. 제가 그들에게 베푸는 친절과 따스함과 사랑이 실은 당신께 드리는 선물임을 깨닫게 해주소서.
영광이……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 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6처 베로니카, 수건으로 예수님의 얼굴을 닦아드림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예수님, 피로 얼룩지고 땀으로 젖어있는 당신의 얼굴을 봅니다. 그리고 수많은 군중의 욕설과 침 뱉음 속을 뚫고, 당신께 다가와 당신의 얼굴을 닦아 드린 베로니카를 바라봅니다.
주님, 이 여인처럼 되려면, 용기와 자기희생이 있어야 하는데, 저는 약하오니 저에게 힘을 주소서. 걱정과 두려움으로 도망치지 않게 도와주소서. 주님께서는 제 안에서 살아 계시오니, 제 안에서 활동하시고, 제 안에서 사랑을 베푸소서. 아니, 제 안에서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 안에서,…… 그리하여 더 이상 물러서지 않고 이 지상에서 당신의 피가 아닌, 당신의 영광스러운 얼굴을 드러낼 수 있게 해 주소서.
영광이……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 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7처 기력이 다하신 예수님께서 두 번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예수님께서 또 다시 넘어 지십니다. 이제는 더 이상 갈 수 없을 것이라 여겼는데, 그러나 힘을 내어 다시 일어나시는 예수님을 바라봅니다.
주님, 용기를 주소서. 실패가 저를 무겁게 짖누르고, 제가 비참해질 때 당신의 손을 뻗치시어 저를 일으켜 주소서. 선을 행함에 있어 중단하지 않고 꾸준해야 함을 알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 도와주소서. 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만 당신께서 저와 함께 해 주신다면 주님처럼 다시 시작해 보겠습니다.
영광이……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 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8처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부인들을 위로하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예수님, 당신께서는 고통 중에도 눈을 들어 여인들을 바라보십니다. 그리고 오히려 그들을 위로하고 계시는 당신을 바라봅니다.
예수님께서는 고통 중에도 온정은 그대로이십니다.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으신지요 ? 주님, 저에게도 가르쳐 주시고, 제가 배울 수 있도록 도와 주소서. 비웃음과 오해로 저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돕는다고 하면서 오히려 방해를 하거나 제 사생활을 침해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쏘아붙이고 싶을 때, 언짢은 말 한마디라도 던지고 싶을 때, 제 혀를 감아 들이도록 해 주소서. 온유함으로 저를 덮어 주소서. 주님, 저도 어려울 때나 고통 중에서도 당신처럼 친절을 베풀게 해 주소서.
영광이……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 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9처 예수님께서 세 번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예수님, 당신께서는 길바닥에 누워 계십니다. 아무리 때리고 발로 차도 당신은 이제 더 이상 움직이지 않으십니다. 힘이란 힘이 다 빠져 나간 육신에 오직 남은 것이라고는 의지뿐입니다.
그러나, 또 다시 일어서서 비틀거리며 걸어가시는 당신을 봅니다. 몸이 으깨어졌을지라도 지상의 어떠한 힘도 지옥의 어떠한 힘도 당신의 의지를 앗아가지 못함을 봅니다. 주님 저도 도와 주소서. 저의 모든 힘이 쓰러지고 죄와 자책이 저를 땅에 밀어붙이더라도 유다 이스가리옷처럼 절망으로 치닫지 말게 하시고, 제가 지은 어떤 죄라도 당신의 사랑이 그보다 더 크시기에 다시 시작하는 굳센 의지를 심어주소서.
영광이……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 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10처 예수님께서 옷 벗김 당하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창조물 앞에서 옷을 벗기움 당하는 창조주이신 당신을 바라봅니다.
주님, 저도 제 모두를 당신께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가진 것 모두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이상의 것, 저 자신을 드리고 싶습니다. 주님, 명성과 직위와 재산에 대한 갈망에서 저를 떼어 놓아 주소서. 자만의 악덕과 스스로를 높이고 싶은 갈망에서 저를 풀어 주시고, 가장 낮은 자리로 저를 인도해 주소서. 주님, 제 영혼은 한 없이 가난해지고 낮아지지만, 오히려 당신 안에서 저를 드높여 주시고, 부유하게 해 주소서.
영광이……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 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11처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히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주님, 당신께서 십자가에 못박히시는 시간입니다.
살이 뚫어져라, 세차게 휘둘리는 망치를 바라봅니다.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당신의 아들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임을 당할 만큼 제 영혼이 이토록 귀한 것입니까 ? 저는 당신꼐 무엇을 돌려 드릴 수 있을까요 ?
영광이……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 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12처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심을 묵상합시다. (잠시 무릎을 꿇는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숨을 거두셨습니다. 잠시 침묵 중에 예수님의 죽음을 묵상하겠습니다(3분 정도).
영광이……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 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13처 제자들이 예수님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림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더 이상 눈을 마주할 수 없는 아들의 죽은 몸을 가슴에 품고 하늘을 향하시는 성모님의 눈길을 바라봅니다. 주님, 당신께 청합니다. 반드시 오고야 말 이별을 받아들이도록 도와주소서. 멀리 가야 할 친구들과의 이별, 소중한 사람을 떠나 보내야 할 순간들,… 제 자신에 대한 욕심으로 주님 뜻 앞에 서있는 이들을 묶어 놓는 오류를 제가 범하기보다 되려 자유롭게 떠나보낸 저의 빈손에 하늘을 향할 수 있는 마음을 담아 주소서
영광이……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 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14처 예수님께서 무덤에 묻히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예수님의 지상에서의 목숨이 이제는 끝이 났습니다. 그러나 바로 이 순간, 성모님께 막달레나에게 베드로와 요한에게 그리고 예수님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새롭게 생명이 시작됨을 바라봅니다.
주님, 이 지상에서의 짧은 생애동안 당신께서 다하지 못한 사랑, 당신이 다하지 못한 고난, 당신이 다하지 못한 가르침을 이제는 제가 이어 할 수 있도록 저에게 힘과 지혜와 용기를 주소서. 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만, 당신께서 저를 도와주시면 할 수 있습니다. 제 안에 계시는 당신의 힘으로 시작해 보렵니다. 주님께서는 여전히 제 안에 살아 계십니다.
영광이……
마침기도
주님, 저를 향한 주님의 사랑으로 제 마음은 점점 정화되어감을 고백합니다. 이 시간 저를 당신 앞에 머물도록 하심은 당신 생명의 빛을 제 마음에 비추시기 위함임을 알겠습니다. 주님, 십자가의 기도를 바치며 저는 주님께서 먼저 저를 사랑하셨기에 저도 사랑할 수 있고, 주님께서 먼저 저를 받아주셨기에 저도 받아줄 수 있고, 주님께서 먼저 제게 선을 보여주셨기에 저도 선을 행할 수 있음을 깊이 깨닫게 됩니다. 이 시간, 참으로 저에게 은총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준 이 시간을 허락하신 주님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 성자께서는 성부와 성령과 함께 한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계시며 다스리시나이다.
⊙ 아멘.
교황님의 기도 지향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주모경 바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