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중미사 강론
2024.02.28 19:22

사순 제 2주일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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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2주일(나해, 2024225) 강론>

우리는 교회력으로 금년의 사순절 첫 주를 보내고 이제 둘째 주로 접어들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사순시기가 되면 인내, 절제, 회개와 같은 단어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고백하고 믿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2천 년 전에 영광스러운 부활을 앞두고 당하신 고통과 애환들을 함께 묵상하고 나누기 위해 평소의 생활보다는 좀 더 경건하게 살려는 마음에서 나타난 모습이라 하겠습니다.

오늘 복음말씀은 예수께서 사랑하시는 제자들을 데리고 타볼산에서 변모하시는 모습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예수께서 당신의 권위와 기적을 제자들에게 보여서 제자들이 놀라게 하려는 뜻이 아닙니다. 대신 장차 다가올 당신의 고통과 수난 그리고 죽음이라는 엄청난 사건을 통해 갈등을 겪게 될 제자들이 좌절과 실망에 빠지지 않도록 예수부활의 영광에 대한 보장과 기대를 미리 보여 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예수께서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인생고와, 생존경쟁에서 지치지 않도록 달련 시키고 격려하기 위해 영광스러운 모습을 미리 보여준 것이기도 합니다. , “너희도 시련과 고통을, 신앙과 기도로 잘 견디어내면 이렇게 영광스럽게 승리하리라는 믿음과 희망을 주시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의 현실이 어렵고 힘들어도 주님의 부활을 바라보며 열심히 살아야 합니다. 주님을 믿고 따르는 이들에게는 하늘나라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궂은 날이 있으면 맑은 날이 있고, 슬픈 날이 있으면 기쁜 날이 있듯이, 이 사순절에 참회의 눈물을 흘리면 부활절에 기쁘게 웃는 날이 올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주에 광야에서 유혹을 받으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고 우리도 살아가면서 언제나 시련과 유혹을 겪을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높은 산에서 거룩하게 변모하시는 예수님을 보며 고단한 매일 매일의 삶과 유혹이 우리의 운명의 끝이 아니라 그 뒤에 우리에게 영원한 행복이 보장되어 있음을 깨닫게 해줍니다.

유혹과 영광이 주제가 된 두 복음 내용은 아주 다르거나 서로 무관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리스도인들에게 반복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하겠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사도 바오로는 말합니다.: “우리는 하늘의 시민입니다. 우리는 거기에서 오실 구세주 되시는 주 예수 그리스도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만물을 당신께 복종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오셔서 우리의 비천한 몸을 당신의 영광스러운 몸과 같은 형상으로 변화시켜 주실 것입니다.”(필립비 3,20)

근래에 와서 우리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습니다. 저는 등산이란 것인 단지 육체의 건강만을 위해서 그렇게 많은 이들이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높은 산에 오르면 현실에서 짜증내며 겪던 번민과 갈등이 어느덧 사라지는 것을 우리는 체험하게 됩니다. 저잣거리에서의 온갖 잡념과 고민을 훌훌 털 수 있는 그곳에서는 누구를 만나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게 됩니다. 그렇게 우리는 산을 오르면서 참인간 됨을 회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성경에서도 은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높고 지고한 곳, 혹은 내면적인 높이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예수께서도 당신의 공생활 중에 중요한 과제를 수행하기 전이면 산을 찾으셨고 산에서 기도하셨습니다. 적막 한가운데서 들리는 원초적인 소리, 하느님의 음성을 듣는 그분의 마음과 영혼은 빛나곤 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타볼산의 변모 이야기도 예수께서 당신의 소명을 확실하게 다짐하시고 예고된 수난의 길을 목숨을 내놓고서라도, 후회 없이 가리라는 비장한 모습을 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역시 큰 과제나 소임을 앞에 두고 두려워하는 때가 있습니다. 특히 어려운 과제라고 생각되면 더욱더 망설이게 되고 도피하거나 거부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그것을 수락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이것이 하느님의 뜻인 모양이다라고 내맡기면서 힘들지만 기쁘게 받아드릴 때 우리의 마음은 차라리 홀가분해집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에서 베드로 사도가 엉겁결에 초막 셋을 짓겠다는 제안은 다가올 수난과 고통을 길은 알지 못하고 그 후에 일어날 찬란한 영광의 모습만을 생각하는 나약함을 보여줍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가 한세상 살아가노라면 소중한 체험을 도처에서 만나게 됩니다. 그것들은 어떤 의미에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보여 주시는 당신의 사랑이며 또한 고달픈 길을 은혜로써 걸어갈 수 있는 큰 축복이 됩니다. 그런데 불행스럽게도 많은 경우 우리는 그 값진 소중한 체험들을 그냥 지나쳐 버립니다. 듣고도 듣지 못하며 보고도 보지 못합니다.

넓은 의미에서 바라보면 사람은 살아가는 여정이 다 비슷합니다. 누구는 좀 부유하게 살면서 편하게 걸어가고 있고 누구는 또 좀 가난하게 살면서 외롭게 걸어가고 있지만, 사실은 그 길이 실제로는 모두 비슷합니다. 부자에게도 고난이 있을 수 있고 가난한 길에도 눈부신 아름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내 삶의 가치 기준을 어디에 두고 사느냐 하는 것입니다. 항상 유머를 잃지 않고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도전하는 정신으로 주어진 소명들을 극복해 나갈 때 어느덧 주님께서도 함께하고 계심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제 다가올 봄을 준비하며 나 자신의 참된 모습과 예수님께서 자리할 공간을 남겨두기 위해 허드레 것들로 채워진 우리의 마음을 깨끗하게 청소할 마음의 봄맞이 대청소라도 하는 것이 어떨런지요.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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