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사순 제2주일 강론)

 

주님의 영광스러운 변모

 

사순시기의 재계를 잘 지키고 계십니까? 지난 주일 특강 때 누차 말씀드렸지만 은총과 구원의 사순시기 동안 악은 더 발악하고 유혹의 강도는 더 심해진다고 했습니다. 또 악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으니 정신을 바짝 차리고 경계를 풀지 말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 주간 여러분들은 인내와 절제로 사순 재계를 잘 지켰나요? 아니면 작심삼일로 본래의 노예 상태로 되돌아갔나요? 아직도 기회가 남아 있습니다. 이제 사순 초반이니까요. 사순 제1주간은 적응기라고 여기고,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재계를 잘 지키시기 바랍니다.

 

오늘 복음은 주님의 영광스러운 변모 사건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타볼산에서의 변모는 부활의 예표입니다. 여기서 등장인물이 중요합니다. 모세와 엘리야!모세는 모세오경을 대표하고, 엘리야는 예언서를 대표합니다. 구약의 핵심적인 두 인물이 주님과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제자들은 전혀 들을 수가 없지요. 다만 구름 속에서 하느님의 음성이 들립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이어서 복음은 그의 말이 무엇인지를 하산하시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분명히 밝히십니다. “사람의 아들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날 때까지”, 즉 수난 예고를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아직 그것을 깨닫지 못합니다. 아니 아직 주님의 죽음을 받아들일 마음이 없습니다. 그것은 자신들의 죽음을 감당해야 하는 위기이니까요. 주님의 영광스러운 변모를 지켜보는 제자들은 바로 우리들입니다. 수난이니 죽음이니 그런 것들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오로지 부활의 영광만을 누리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십자가의 길 대신 초막 셋을 지워 축제를 즐기자고 말합니다. 이는 승리에 도취된 권력자들의 말이기도 합니다.

 

사순시기 복음은 계속해서 십자가를 지라고 말할 것입니다. 참 어려운 일이지요? 내 욕망을, 내 자만심을, 내 소유를 버려야 하는 일인데, 그게 어찌 쉽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사순시기의 대표적인 재계인 단식과 금육을 재차 말씀드리겠습니다. 현행 교회법은 1983년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재임 시절에 개정된 것입니다. 항상 법이라는 것은 최소한 몫이지요. 따라서 교회법은 신자들의 수계생활과 영적인 유익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규정입니다. 사실 법 규정은 시대의 상황에 따라 변천해 왔습니다. 이를테면 단식 규정은 지난 특강 때도 말씀드렸지만 6세기 전에는 사순시기 매일 지켜야 하는 법이었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흐르면서 지금에는 재의 수요일과 성금요일만 지켜도 되는 의무 교회법으로 축소되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법 규정이 아닙니다. 법이 가리키고 있는 법 정신입니다. 현행 교회법은 단식재를 만 18세부터 60세까지 지키라고 명하고 있습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교회법 개정 당시 건강한 성인의 나이를 보편적으로 그렇게 보았기 때문입니다. 요즘 한국에서 60세를 노약자로 보지 않습니다. 그리고 레오 교황님께서도 단식은 노약자라도 다 지킬 수 있다고 가르치셨습니다. 바로 영적인 단식입니다. , 악행과 악습을 단식하고 선행과 자선, 그리고 용서를 베푸는 것이 진정한 영적 단식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육신의 단식 외에 우리가 생활 중에 행해야 할 영적 단식을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 계십니다.

1. 걱정을 단식하고 하느님을 신뢰하세요.

2. 불평을 단식하고 단순함을 묵상하세요.

3. 스트레스를 단식하고 기도하세요.

4. 슬픔을 단식하고 감사로 채우세요.

5. 쓰라림을 단식하고 여러분의 마음을 기쁨으로 채우세요.

6. 남을 사냥하는 말을 단식하고 상냥한 말을 사용하세요.

7. 비관주의를 단식하고 희망으로 채우세요.

8. 화를 단식하고 인내로 채우세요.

9. 이기심을 단식하고 다른 사람에게 연민의 마음을 가지세요.

 

백번 옳은 말씀입니다. 이러한 단식을 실천하지 못하면서 교회법이라는 이유로 한 끼만 굶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겠습니까? 아울러 교회법은 매주 금요일마다 금육하라고 명합니다. 그 이유는 금요일이 주님께서 돌아가신 요일이기도 하고, 봉건시대 잦은 육식을 하는 부유층 사람들에게 절제와 자선을 요구하는 교회 정신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는 육식이 일상화되었습니다. 따라서 다른 관점에서 금육을 이해했으면 합니다. 단식재 지킨다고 대패 삽결살 대신 비싼 회를 먹는 웃지 못할 해프닝은 없어야 하겠지요. 사실 막노동을 하는 사람은 육고기를 먹어야 힘을 냅니다. 그리고 병자들은 경우에 따라 육고기와 같은 고단백을 섭취해야 빨리 회복합니다. 따라서 교회법은 부득이하게 금육을 지킬 수 없는 경우, 다른 대체법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 금주, 금연, 자선, 기도, 봉사, 희생 등입니다. 모두가 금육을 부득이하게 못 지키는 경우 대신 바쳐야 하는 재계입니다. 그러나 사실 금육보다 이러한 것들을 실천하는 데는 더 많은 절제와 극기 고행이 따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법 규정이 아니라 법정신입니다. 그렇다고 십자가의 길 끝나자마자 기도로써 대체했으니 술집에 가서 고기 안주 먹는 것이 괜찮다고 합리화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한편 오늘날 지나친 육식은 내 몸을 병들게 하고 생태환경을 망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금육은 전통적으로 여러 절제 행위의 대표적인 상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금육은 물론이고 사순시기 자기가 가장 끊기 힘든 것을 끊는 다른 절제 행위도 권장되어야 합니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번 기회에 술을 끊는 것도 재계를 실천하는 방법 중에 하나 임을 명심하십시오. 본당 신부는 사순시기 동안 성당 안이든 밖이든 모든 신자 모임에서 단주 혹은 절주를 권면합니다.

 

왜 우리가 이러한 것들을 실천하겠습니까? 모두 그리스도의 수난에 참여하고 그분과 함께 부활의 기쁨을 누리기 위함이 아닙니까? 십자가 없이 부활 없고, 수난 없이 영광 또한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주님께서는 당신의 거룩한 변모를 통하여 부활을 미리 보여주시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하산 길에서 당신의 수난과 죽음을 예고하신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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