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20일 사순 제1주간 화요일 미사 강론

by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posted Feb 2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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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20일 사순 제1주간 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가끔씩 신자들이 무슨 기도를 바쳐야 하는지, 어떻게 기도하는 것이 가장 좋은 기도인지, 이런 물음들로 영적 상담을 청하곤 한다. 오늘 복음에 보면, 어떻게 기도해야 좋은 기도인지, 영빨을 팍팍 받는 기도인지를 물어보는당신의 제자들에게 기도할 때에 이러저러하게 기도하라는 영적 가르침을 주는 예수 이야기가 나온다.

           
기도, 기도라는 것은 무엇일까? 간단히 말하자면, 기도는 이타적인 행위이다.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의 가난한 사람을 위해서 하는 것이 기도다. 내 욕심이나, 내 바램을 충족시키려는 야망에서 하느님께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특혜를 요구하는 것은 기도라고 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기복신앙과 기도를 연결 지으려고 하고, 기복을 두고, 기도라고 말한다. 그러나 기복신앙은 소박하지만, 순수하지는 않다. 뿐만 아니라, 기도와 기복은 다른 것이다.
             자녀의 합격이나, 출세를 위해 두 손은 모으는 부모 마음,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자식을 위해 기도할 때에, 내 자식이 열심히 한 만큼, 그만큼만 잘 되게 해달라고 한다면 모를까, 내 자식에게 특혜를 달라고 하느님께 떼를 쓸 수는 없다. 그것은 기복이지, 기도가 아닌 것이다. 오히려, 내 자식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평등하고, 불공평한 세상의 정화를 위해, 하느님의 정의를 보여 달라고 말하는 것이 기도다.
 
             제자들이 예수께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를 물었을 때, 먼저 예수께서는 빈말을 되풀이하지 말라고 하신다. 기도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말씀이다. 이어서, 다른 사람에게 과시하지도 말고, 자기도취에 빠지지도 말고, 깨끗한 마음으로 하느님께 기도하라고 말씀하신다. 이 말씀에 이어서 예수께서는 당신이 평소에 하고 계셨던 기도,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 주님의 기도 »를 가르쳐 주셨다. 주님의 기도는 하늘로부터 사랑 받는 아들, 하늘의 마음에 드는 아들로서 살아가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에서 나온 기도, «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 »이라고 자신을 불러준 하늘에 어떻게 응답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기도다.
 
성경에는 예수께서 틈만 나면 기도하셨다는 대목이 자주 나온다. 그 시간은 «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 »이라는 말씀을 기억하고, 묵상하면서,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아들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당신 자신과 하느님 아버지께 물었던 시간이었다. 그런데, 예수님이야 하늘로부터 그런 소리라도 들었으니, 그렇게 사는 것이 하늘의 뜻이고, 자신의 의지겠지만, 우리는 그런 소리 들어 본적 없으니, 굳이 그렇게까지 살 필요까지 없는 것은 아닌가 라고 혹시라도 생각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다.
 
그러나 마치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예수님의 세례 때에 일어난 사건은 실은 우리들의 삶 속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사건이다. 누군가로부터 사랑 받고 있음을 단 한번이라도 느꼈을 때, 죽지 못해 사는 것 같아도, 그래도 살아 있음이 고마울 때, 그럴 때에 나의 귓전을 울리고 나의 가슴에서 울려오는 소리가 바로 «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 »이라는 소리다. 그리고 이 말씀과 똑 같은 의미를 가진 말씀이 시편 8편에 나오는 그 유명한 말씀, « 인간이 무엇이기에 아니 잊으십니까? 그 종락이 무엇이기에 따뜻이 돌보십니까? »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억압과 폭력 속에서 신음하면서도,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희망이 단1%라도 있을 때, 거짓과 조작 속에서도 진실을 믿어주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을 때, 불의가 판을 치고, 부조리가 세상에 어두움을 드리우고, 자본의 행패가 목숨줄을 들었다 놨다 하고 있는 와중에도 그렇게 사는 것은 사는 게 아니라고, 자발적인 복종은 결국 인간을 노예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라고 저항하고 항거하는 사람들이 있을 때, 가난하고, 소외되고, 버림 받은 이들을 찾아가 그들과 함께 동고동락을 하려 애쓸 때, ‘너도 나도 사람으로 났으니, 사람으로 살아가야지. 나만 그렇게 살 순 없지 않은가!’하며 연대하려 할 때, 그럴 때에 나의 눈에 눈물을 흐르게 하고, 나의 가슴에 방망이질을 해대는 그 무언가가 바로 «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 »이라고 나를 부르는 하늘이요, 나로 하여금 « 인간이 무엇이기에 아니 잊으십니까 ? 그 종락이 무엇이기에 따뜻이 돌보십니까 ? » 하며 경탄케 하는 하늘이다. 그 하늘을 향해, 나 아닌 남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 그 사람이 진정 그리스도인이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기도하는 사람이 되어 살라고 한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