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798호 2024. 2. 10 
글쓴이 원성현 스테파노 
배우고, 배운 것을 버리고, 새로 배우자!
 

 
 
원성현 스테파노
부곡성당·부산가톨릭대학교 컴퓨터정보공학과 교수

 
   1980년대 초반에 필자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 대학생이라면 앨빈 토플러라는 세계적인 미래학자의 저서 1~2권 정도는 읽어야 한다는 선배들의 권유에 따라 몇 권의 책을 읽었으나 솔직히 내용이 마음에 와 닿지는 않았다. 1980년대가 시기적으로는 3차 산업혁명시대로 분류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2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제조업 및 중화학공업이 기반을 이루고 있었고, ‘정보혁명’의 중요성을 중심으로 역설한 그의 주옥같은 명언들을 이해하기에는 필자의 수준이 일천했기 때문이다. 당시 읽은 그의 저서 중, 1970년에 아내와 공동집필한 책 『퓨쳐 쇼크』는 내용의 10~20% 정도밖에 이해하지 못했고, 그냥 읽은 것에 만족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세월은 흘러 2016년쯤부터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었고, 공교롭게 같은 해에 앨빈 토플러가 고인이 되면서 과거에 그가 역설했던 명언들이 하나하나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그중 필자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긴 그의 명언은 『퓨쳐 쇼크』 안의 “21세기의 문맹은 글을 읽거나 쓰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지(learn) 못하고, 배운 것을 버리지(unlearn) 못하고, 새로 배우지(relearn) 못하는 것”이라는 말이었다. 애써 공부하고 외운 것을 잊어버리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면서 살아온 것이 일반적인 우리의 모습이었으나 앨빈 토플러의 이 말은 애써 공부한 것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는 것이니 가히 혁명적 사고였다. 젊었을 때 배운 알량한 지식을 애지중지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필자가 크게 되새겨야할 명언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태어날 때 하느님으로부터 하나의 통을 선물로 받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통의 크기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겠다. 성장하면서 배우고 경험한 것을 그 통에 계속 넣게 되면 어느 순간 그 통이 꽉 차게 되는데 그 이후 학습한 것을 그 통에 넣으려면 통 안에 먼저 들어있던 것을 꺼내 버려야만 빈 공간이 생겨 새로운 것을 넣을 수 있는 것이다. 이미 배운 것이 아까워 버리지 못하고 끌어안고 있고,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삶을 고집한다면 우리에게 돌아오는 평가는 ‘꼰대’라는 곱지 않은 눈총뿐이다. 앨빈 토플러가 생각하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발맞춰 가려는 노력을 보여야 하는 것은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만이 아니라 신앙 공동체인 교회 안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갑진년 설날 아침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호수 제목 글쓴이
2290호 2014.09.07  한가위 명절 ‘추석’ 박주미 
2042호 2010.03.28  삶의 중심 박주미 막달레나 
2806호 2024. 3. 31  무덤을 허물고 일어나 탁은수 베드로 
2804호 2024. 3. 17  뿌리 찾기와 순교자 손숙경 프란치스카 로마나 
2754호 2023. 4. 23  영혼의 눈 정효모 베드로 
2753호 2023. 4. 16  광야 윤경일 아오스딩 
2653호 2021.05.30  지구 청소년·청년 위원회(지청위) file 청소년사목국 
1993호 2009.05.17  오늘 우리는 김양희 레지나 
2791호 2023. 12. 31  세상을 건강하게 하는 백신, 성가정 우세민 윤일요한 
2785호 2023. 11. 26  제39회 성서 주간 담화 (2023년 11월 26일-12월 2일) 신호철 주교 
2777호 2023. 10. 1  고산 위에서 만난 목자 박선정 헬레나 
2771호 2023. 8. 20  작지만 중요한 각자의 역할 원성현 스테파노 
2740호 2023. 1. 15  야유와 조롱 대신 따뜻한 말 한마디를 우세민 윤일 요한 
2811호 2024. 5. 5  라파엘라, 교사가 되다 허수진 라파엘라 
2798호 2024. 2. 10  배우고, 배운 것을 버리고, 새로 배우자! 원성현 스테파노 
2760호 2023. 6. 4  삼위일체 친교의 실현 우세민 윤일 요한 
2757호 2023. 5. 14  영원한 스승이신 예수님 원성현 스테파노 
2195호 2012.12.30  임진년을 보내며 박주영 첼레스티노 
2012호 2009.09.20  순교자 대축일을 맞아… 김종일 
2810호 2024. 4. 28  나를 찾아오신 때 최옥 마르타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