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1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사순 제1주일을 시작하며 교회는 “해마다 거룩한 성사로 사순 시기를 지내는 저희가 그리스도의 신비를 더욱 깊이 깨달아 회개의 삶으로 그 열매를 맺게 하소서.”라는 기도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회개의 삶을 통해 그리스도인의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많은 유혹을 이겨내야만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까지 유혹하였던 사탄이 나약한 우리 인간이 아무 장애 없이 그리스도의 신비를 깨닫고 회개하여 신앙의 열매를 맺도록 그냥 내버려 둘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CS 루이스의 우화 ‘사자와 마녀와 옷장’이란 이야기의 줄거리입니다. 악한 마녀가 아주 똑똑한 소년 에드먼드를 죽이려고 사용한 도구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터키 사탕’입니다. 이것은 세상에서 가장 달콤하고 향기로운 사탕인데 한번 먹어본 사람은 그 달콤함에 빠져 그것을 먹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사탕 속에는 사람이 느끼지 못할 만큼 아주 적은 양의 치명적인 독약이 들어있습니다. 터키 사탕은 달콤한 맛으로 사람을 서서히 죽음의 골짜기로 몰아가는 무서운 독약이었던 것입니다. 루이스가 여기에서 표현하려 한 것은 죄의 속성입니다. 사탄은 터키 사탕처럼 달콤한 말로 인간을 유혹합니다. 사탄의 말은 항상 ‘핑계’라는 이름의 설탕으로 싸여 있어 그것의 정체를 파악하기 힘듭니다. 사탄은 오늘도 인간을 향해 네 마디 말로 속삭이고 있습니다. “이번이 마지막인데 뭘. 이 정도는 괜찮아. 불가피한 일이었어. 누구나 이해할 거야.”
유혹은 항상 달콤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런 달콤함과 싸워 이기지 못한다면 결국 죄에 빠지게 되며 주님의 마음을 다시 아프게 만들게 되는 것입니다. 교황님께서는 이번 사순 시기 담화를 통해 이런 유혹에 대항하여 싸움을 시작할 때 그 첫 번째 요소는 바로 우리의 발걸음을 ‘기도 안에서 멈춰라.’라고 하십니다. 우리도 기도 안에서 멈춤을 통해 이 사순 시기가 회개의 때이고 은총의 시기라는 것을 체험하는 복된 사순 시기가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