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종기도(Angelus)
‘장 프랑수아 밀레(1814–1875)’의 유명한 작품 “만종[L'Angélus, The Angelus, 晩鐘]”은 하루의 노동을 마치고 멀리 성당에서 들려오는 종소리를 들으며 기도를 바치는 부부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만종(晩鐘)’이라는 그림의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들이 바치고 있는 기도는 ‘삼종기도(三鐘祈禱, Angelus)’이다.
삼종기도(Angelus)
삼종기도는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람이 되신 ‘강생의 신비’를 묵상하고 하느님의 구원사업에 순명으로 동참한 마리아를 공경하며, 하루에 세 번 아침 6시, 낮 12시, 저녁 6시에 바치는 기도이다. 삼종기도의 이름은, 기도의 시작이 “주님의 천사가(Angelus Domini) …”라고 시작되기에 붙여진 것이고, 우리말 이름 ‘삼종(三鐘)’은 ‘종을 세 번 친다(세 번씩 세 번 친 다음, 조금 있다가 다시 계속 종을 친다)’는 의미로 붙여진 것이다.
삼종기도는 전통적으로 무릎을 꿇고 바친다. 무릎을 꿇는다는 것이 가장 공손하고 겸손한 동작이기 때문이다. 한편 토요일 저녁과 주일에는 삼종기도를 일어서서 바치는데, 이는 주일이 주님의 부활을 기쁘게 기념하는 날이고, 토요일 저녁 역시 주일을 시작하는 첫 시간이기 때문이다. 주님 부활 대축일부터 성령 강림 대축일까지의 부활시기에는 이 기도 대신 ‘부활삼종기도(Regina Caeli)’를 바치는데, 이때는 부활의 기쁨을 표현한다는 의미에서 일어서서 바친다.
삼종기도의 역사
삼종기도의 기원은 확실치 않으나 11세기, 팔레스티나 성지(聖地) 회복을 위한 ‘십자군 운동’이 일어났을 당시, ‘교황 그레고리오 9세’가 십자군이 출정할 때 성당의 종을 세 번 치면 이들의 승리를 위해 기도를 바치라고 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과 같은 방식의 삼종기도의 봉헌은 다음과 같은 역사적 과정 속에서 형성되었다. 1269년, 프란치스코회 총장을 지냈던 ‘성 보나벤투라’는 신앙심이 깊은 신자들로 하여금 저녁시간에 종이 울리는 동안 성모송 세 번을 바치던 프란치스코회의 전통을 따를 것을 권고하였고, 1318년에는 ‘교황 요한 22세’가 신자들에게, 저녁에 종이 울리면 평화를 위해 성모송을 세 번 바치도록 요청하였다. 이렇게 종소리와 함께 기도를 봉헌하는 전통은 교회 안에서 퍼져나갔다. 저녁에만 행해지던 이 기도는 14세기에 이르러 아침에도 봉헌되기 시작했고, 14세기 말부터 15세기 사이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하기 위해 정오 시간에도 봉헌되었다. 15세기 ‘교황 칼리스토 3세’가 터키 군에 맞서는 그리스도교의 승리를 청할 목적으로 정오 삼종기도를 바치도록 신자들에게 권고한 것에서 삼종기도를 매일 정오 시간에 봉헌하는 전통이 나타났다. 이로써 삼종기도를 하루에 세 번 봉헌하는 전통이 점차 형성되었다. 당시 전통 안에서 삼종기도의 봉헌을 통해 신자들은 아침에는 그리스도의 부활을, 정오에는 그리스도의 수난을 그리고 저녁에는 그리스도의 강생을 묵상한 것으로 보인다. 16세기에 이르러 ‘교황 비오 5세’에 의해 로마기도서에 삼종기도가 최초로 수록되었고, 17세기에 이르러서는 기도문의 형식이 완성되었다. 이후 교황들이 삼종기도에 대사를 부여하면서 삼종기도의 봉헌은 더욱 보편적으로 확산되었다.
삼종기도와 부활삼종기도 기도문
삼종기도는 세 개의 계응시구로 되어 있다. 각 계응시구 다음에는 성모송을 암송한 뒤에 간략한 기도로 끝마친다. 교황 바오로 6세는 1974년 반포한 사도적 권고 「마리아 공경 (Marialis cultus)」에서 삼종기도는 그 구조가 “단순한 구성과 성서적 성격, 평화와 안녕을 비는 역사적 기원, 아침 낮 저녁 시간을 거룩하게 하는 준 전례적 리듬, 그리고 하느님 아들의 강생을 기념하면서 그의 고난과 십자가로 부활의 영광에 이르도록 기도하는 파스카 신비를 회상하게 하는 특징들로 이뤄져”(41항) 있다고 가르쳤으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이 기도를 가능한 한 언제 어디서나 계속 바치도록 간곡히 부탁”하였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삼종기도는 매일 세 번씩 연중 지속적으로 봉헌되고, 부활시기에는 삼종기도 대신 부활삼종기도(Regina Caeli)1가 봉헌된다. 아래는 삼종기도와 부활삼종기도의 기도문이다.
삼종기도(Angelus)
○ 주님의 천사가 마리아께 아뢰니 ● 성령으로 잉태하셨나이다. [성모송] ○ 주님의 종이오니 ●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 [성모송] ○ 이에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 저희 가운데 계시나이다. [성모송] ○ 천주의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시어 ● 그리스도께서 약속하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소서.
† 기도합시다. 하느님, 천사의 아룀으로 성자께서 사람이 되심을 알았으니 성자의 수난과 십자가로 부활의 영광에 이르는 은총을 저희에게 내려주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 아멘. |
부활삼종기도(Regina Caeli)
○ 하늘의 모후님, 기뻐하소서. 알렐루야. ● 태중에 모시던 아드님께서, 알렐루야. ○ 말씀하신 대로 부활하셨나이다. 알렐루야. ● 저희를 위하여 하느님께 빌어주소서. 알렐루야. ○ 동정 마리아님, 기뻐하시며 즐거워하소서. 알렐루야. ●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나이다. 알렐루야.
† 기도합시다. 하느님,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로 온 세상을 기쁘게 하셨으니 성자의 어머니 동정 마리아의 도움으로 영생의 즐거움을 얻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 아멘.
(주님 부활 대축일부터 성령 강림 대축일까지) |
참고문헌
가톨릭대사전, '삼종기도', '레지나 챌리'
- 12세기에 쓰인 작자 미상의 작품으로서 그 제목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 바친 후렴 ‘하늘의 모후(Regina Caeli)’ 첫 두 단어에서 비롯되었다. 부활시기에 Angelus(삼종 기도) 대신 Regina Caeli, 곧 이 부활삼종기도를 바친다. 시간전례에서는 성토요일부터 성령 강림 대축일 다음 토요일까지 밤 기도에서 이 기도를 바친다.; 참조 : ‘레지나 첼리’, 가톨릭대사전, http://di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