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묵상
2024.02.10 06:18

연중 제6주일 복음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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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1,40-45


‘그때에 어떤 나병환자가 예수님께 와서’라고 복음은 시작됩니다.


얼굴도, 이름도 어디 출신인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소외되고 고통 중에 있는 모두를 가리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다만 그의 마음속에 품은 두려움과 아픔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나병환자,

그들은 가난한 이들 중의 가난한 이입니다. 

살아있으나 존재하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가야 했습니다. 

“진영 밖에 자리를 잡고 혼자 살아야 한다.”(레위13,46)


혼자, 어느 누구와도 소통도 할 수 없고 아무런 정을 나눌 수 없으며 여느 사람들처럼 평범한 언어와 음조로 말할 수도 없어 소리 지르며 다녀야 하는 자입니다. 

존재하나 없는 자입니다. 


우리 각 인간은 적어도 한 사람이라도 맞아들이는 사람이 없으면, 인정해주고 네가 있다고 말해주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게 됩니다. 


더구나 율법 학자들은 하느님께서 네 죄 때문에, 네 부모의 죄 때문에 주시는 징벌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고통은 가중됩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율법의 규정대로 멀리 떨어져 있기보다는 예수님께 오히려 다가갑니다. 

그리고 예수님 역시 그를 멀리하거나 피하거나, 거부하지 않으시고 그 자리에 계시고 받아주십니다. 


이제 그는 외쳐대는 것이 아니라 차분한 음성으로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이 말은 마치 ‘저는 절대 외치며 도망 다니는 삶에 지쳤고 다만 누군가 가엾이 여겨줄 사람이 그립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고통 속에 있는 한 사람이 차분히 던지는 질문 

‘하고자 하시면’ 이라는 말 앞에 예수님은 마음의 흔들림을 느끼셨을 것 같습니다. 


‘하고자 하시면‥‥’ 

우리를 대신해서 나병환자는 질문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뜻이 어디에 있습니까?> 

하느님은 도대체 어디 계시는 것입니까? 

다 문드러지고 오그라든 이 사람, 고통에 일그러진 사람에게서, 인간의 눈물 앞에서 무엇을 원하십니까? 라는 이 질문에 예수님은 답을 하셔야 했습니다.

 

정말 율법 학자가 말하듯이 하느님께서 인간의 눈물을, 고통을, 희생을 즐겨 받으실까요? 

과연 하느님은 나의 고통에, 생명에, 나의 행복에 관심이 있으신 걸까요? 


예수님은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하시면서 

하느님의 마음을 알려주십니다. 

사실 하느님께서는 바로 내가 병으로, 죄로 억눌려 있을 때 

나에게도 이렇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하시고 

또, 라자로에게 하셨듯이 ‘내가 원하니 무덤에서 나오느라’, 

아이로의 딸에게 하셨듯이 ‘탈리타 꿈, 내가 원하니 일어나라’ 하십니다. 


“예수님께서 가엾은 마음이 드셔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너무 오랫동안 아무도 그에게 손대는 이가 없었습니다. 

고립되어 죽어가고 있는 그에게 내민 손은 생명을 되찾아줍니다. 


아무런 접촉 없는 관계의 부재(不在) 속에서 인간은 죽습니다. 만남의 부재는 마음을 파괴합니다. 

치유는 누군가가 나를 사랑으로 어루만지고 가까이 다가와 얘기하고 나의 고통을 같이 느끼는 연민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하느님은 내 손이 더럽혀지지 않고 흠이 없는지를 보시지 않고 

내 손이 가난 혹은 상처로 아파하는 이를, 고독 속에 외로워하는 이의 아픔을 어루만져 준 적이 있는지를 보시고 심판하실 것입니다.


사실 고통, 아픔을 나누는 것으로 치유는 시작됩니다. 고통은 설명이 아니라 동참이 필요합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당신의 연민에 함께 하도록 부르고 계십니다. 


고통 앞에서 우리가 예수님처럼 기적을 행할 수는 없어도 나눔과 동참은 할 수가 있습니다.


올 한해 우리의 기도는 이 동참하는 마음, 연민을 우리 마음 안에 자라게 해주기를 바랍니다.


오늘 묵상글의 대부분은 에르메스 롱키신부의 해설 일부를 발췌,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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