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24일 주간)

 

아기 낙타와 엄마 낙타

한재호 루카 신부 (광주가톨릭대학교수)

하루는 아기 낙타가 엄마 낙타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왜 나는 이렇게 커다란 발가락이 세 개나 되나요?”

엄마 낙타가 대답하였습니다. “사막을 건널 때 부드러운 모래 더미 위에서 미끄러지지 말라고 있는 거란다.” “그럼 눈썹은 왜 이렇게 길어요?”

사막을 건너는 동안 모래가 눈 속에 들어가는 걸 막기 위해서지.”

그럼, 등에 혹은요?”

그건 건조한 사막을 건널 때 필요한 물을 저장해 두기 위해서란다.”

아기 낙타는 잠시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멋져요, 엄마. 큰 발이 있어서 미끄러지지 않고, 긴 눈썹이 있어서 눈에 모래도 안 들어가고, 혹이 있어서 물을 저장해 둘 수 있으니까요. 근데 엄마 왜 우리는 동물원에 있어요?”

이 질문은 비단 동물원에 있는 낙타에게만 해당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당신 사랑을 전할 수 있도록 손과 발을 주셨고,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수호천사를 보내주셨으며, 영적인 갈증에 시달리지 말라고 당신 말씀의 샘물을 내어주셨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와 함께 동행하시는 마리아를 어머니로 내어주심으로써 우리가 하느님 나라를 이 땅에 세울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에 있을까요? 혹시 사막이 아니라 동물원에서 살고있는 낙타처럼 우리도 우리가 있어야 할 곳에 있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요? 코로나가 닥치기 전에 우리는 성당 안에서 머물며 함께 기도하고 복음의 현장에 나서서 주님을 전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더이상 교회 밖으로 나아가 복음을 선포하는 것이 어려워졌습니다. 때로는 레지오 주회도 각자의 집에서 비대면 방식으로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세상은 여전히 하느님의 사랑을 필요로 합니다. 교회가 울타리 안에서만 안주하면서 어떤 형태로든지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할 사명을 잊는 것은, 하늘에 계셨던 성자께서 복음의 현장인 이 땅에 내려와 사람이 되신 강생의 신비를 살아가지 못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새시대에 맞는 새로운 복음 선포 방식으로 어떤 것이 있을지 함께 생각해 볼 일입니다.

 

(223-32일 주간)

모소 대나무

 

한재호 루카 신부 (광주가톨릭대학교수)

 

중국의 동부 지방에 어느 장사꾼이 이사를 왔습니다. 그런데 그는 그 지방 농부들이 대나무를 키우는 모습을 보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일단 그 지방의 대나무는 다른 곳과 달리 제대로 자라지 않았습니다. 장사꾼이 농부들에게 어째서 그런 대나무를 심는지 물었지만, 그들은 빙긋이 웃기만 할 뿐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습니다. 한 해가 지나도 대순조차 돋지 않았습니다. 장사꾼은 그것을 보면서 농부들의 어리석음을 두고 속으로 비웃었습니다. 대나무가 제대로 자랄 수 없는 땅이거나 대나무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할 터인데,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으니 말이지요. 4년이 지났어도 대나무는 여전히 순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농부들은 그것에 신경도 쓰지 않고 자신들이 할 일을 할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5년째가 되자 대나무 밭에서 갑자기 죽순이 돋기 시작하였습니다. 그것도 수많은 대나무들이 마치 마술에 걸린 것처럼 하루에 한 자도 넘게 자랐습니다. 그리하여 불과 몇 주도 되지 않아 15미터 이상 자라난 대나무로 빽빽한 숲을 이루었습니다. 이 모습에 놀란 장사꾼에게 한 노인이 다가와 일러주었습니다. “자네는 잘 모르겠지만, ‘모소라는 이름을 가진 이 대나무는 순을 내기 전에 먼저 뿌리가 땅속으로 멀리 뻗어 나간다네. 그리고 일단 순이 돋으면, 길게 뻗은 그 뿌리들로부터 엄청난 자양분을 얻게 되어 순식간에 키가 자라는 것일세. 5년이라는 기간은 말하자면 뿌리를 내리는 준비 기간이라고 할 수 있지.”

모소 대나무의 모습에서 우리는 신앙 생활의 여정을 볼 수 있습니다. 아무리 기도하고 영적독서를 하고 성체조배를 하여도 우리의 영혼이 성장하고 있음을 도무지 느끼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눈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의 영혼은 어느새 하느님께로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한 때에 우리 영혼은 무럭무럭 자라 잎이 풍성하고 열매를 맺으며 새가 깃드는 큰 나무가 될 것입니다.

 

 

 

 

(33-9일 주간)

 

수도원에 입회한 수감자

 

한재호 루카 신부 (광주가톨릭대학교수)

감옥에서 오랫동안 수감 생활을 하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불평과 남을 탓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어 진정한 행복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수감을 마치고 출옥하자 그는 수도원에 찾아가 수도원장에게 나를 받아 주십시오.”라고 청원하였습니다. 수도원장은 이 사람의 입회를 받아들이며 한 가지 조건을 제시합니다. “좋습니다. 그러나 조건이 있습니다. 침묵을 지키며 살아야 합니다. , 5년 후에 한 마디만 하는 것입니다.”라고 말이지요. 그러고선 5년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의 첫마디는 잠자리가 나쁘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5년이 흘렀습니다. 두 번째 말은 음식이 나빠서 못 먹겠다.”는 것이었습니다. 5년이 흘렀는데 그때는 더 못 살겠다.”고 말하였습니다. 이에 수도원장은 그를 수도원에서 내보내면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15년 동안 당신이 내뱉은 세 마디는 모두 불평뿐이었군요. 불평 안에 갇혀 산다면 이곳 수도원만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에서마저도 당신은 행복을 느낄 수 없을 것입니다.”

수도원장이 이 사람에게 침묵을 전제로 입회시킨 것은 그가 침묵하는 기간 동안 새로운 눈으로 자신이 처한 환경을 바라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사람은 자기가 변해야 한다는 것을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주변 환경이 바뀌기만을 바랄 뿐이었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눈에 보이는 감옥에서는 나왔지만 불평이라는 감옥에서는 벗어나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사순 시기입니다. 사순 시기는 본디 부활을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부활은 변화입니다. 죽음에서 생명으로의 변화가 곧 부활인 것입니다. 따라서 사순 시기는 변화를 맞이하는 시기입니다. 수도원장이 출옥한 입회자에게 15년의 기간 동안 불평에서 벗어나 감사의 삶을 살기를 바라였던 것처럼, 주님께서는 우리가 사순 시기를 통해 변화되기를 바라십니다. 그러나 우리 자신이 변화하고자 하는 노력없이 주위만을 탓한다면 죽음에서 부활로 변화하신 예수님을 따를 수 없을 것입니다.

 

 

 

(310-16일 주간)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법

 

한재호 루카 신부 (광주가톨릭대학교수)

 

세상이 엄청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컴퓨터가 아니라 손으로 논문을 쓰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컴퓨터로 쓰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습니다. 먼 길을 걸어 학교 가던 시절이 언제 있었는가 싶을 정도로, 지금은 온라인으로 수업을 합니다. 그리고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상 속에 깊이 스며들 날이 머지않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세계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이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온갖 물건을 파는데, 이 회사의 시가 총액이 전 세계 4위일 정도로 규모가 엄청납니다. 언젠가 기자가 이 회사의 CEO인 제프 베조스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10년 후에는 무엇이 바뀔 것 같습니까?” 이에 제프 베조스는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제게는 이 질문보다 ‘10년 후에도 바뀌지 않을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더 중요합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선도하는 회사의 CEO가 변화보다는 변하지 않는 것에 유념한다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이 회사는 변하지 않는 가치라는 목표점을 상정하고 있었기에 변화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고 그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앞서 나갈 수 있었던 비결이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신앙인에게 있어서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요? 하느님께서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것, 사람은 누구나 사랑을 먹고 살며 그 사랑을 목말라한다는 것, 하느님의 사랑을 통해 우리가 구원받는다는 것 등 헤아려 보면 무수히도 많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빠르게 변하고 있는 세상만을 바라보며 변하지 않을 가치를 놓쳐버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항상 기도 안에서 하느님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영원한 진리 안에서 이 세상을 살아갈 때, 우리는 변화의 물결 안에 담긴 하느님의 섭리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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