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연중 제5주간 훈화)
설을 맞이하여
이제 곧 민족의 큰 명절 설입니다. 음력으로 새해 첫날, 우리는 조상들에게 제사를 지내면서 그들의 노고와 희생에 감사하며, 흩어져 살아온 형제자매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정담과 음식을 나누며 화합을 이룹니다. 동양의 전통적인 유교문화이긴 하지만 가족의 중요함을 일깨우는 명절이라 과히 복음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쪼록 레지오 단원들은 오랜만에 만난 자녀들과 형제들을 반겨주며 화목하게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이날만큼은 싸우지 말고 서로 칭찬해주고 격려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본당은 대부분 노인들이 주류라서 역상경이 아니면 자녀들이 세배하려고 본가를 찾아올 것입니다. 물론 요즘 추세는 제사보다도 연휴를 이용해서 가족 여행을 많이 간다고는 한답니다만... 제가 드리는 당부 말씀은 이번 설에는 위령미사에 당연히 참여해야겠지만, 혹시나 냉담하고 자녀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신앙생활의 복귀를 권면해 주십시오. 자녀들도 신앙생활을 통해서 같이 구원받아야 하고, 하느님의 축복을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유산을 많이 물려준다한들 사랑하는 자녀가 영원한 생명을 얻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가끔 자녀가 냉담자이거나 비신자라서 신자 부모가 요양원에 들어가면 그것으로 신앙생활이 끝나는 것을 볼 때가 있습니다. 봉성체는커녕 임종 때 종부성사도 청하지 않고, 심지어는 장례도 사회식으로 치러버릴 때가 있습니다. 제발 유언으로 남기십시오. 장례만큼은 천주교식으로 해달라고. 그 정도는 최소한의 도리가 아니겠습니까?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를 뛰어넘어서 영적으로 성가정을 이루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지상에서도 가족이지만 천상에서도 가족으로 만나려면 우리는 열심히 신앙을 권면해야 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번 설에는 이미 돌아가신 조상들과 부모, 친지, 형제를 위해서 기도해야 하겠지만, 지금 살아 있는 가족들을 위해서도 기도하고 신앙으로 초대해야 하겠습니다. 세배 때 만수무강을 비는 자녀들에게 덕담으로 무병장수보다 더 중요한 영적 생명을 얻기를 권해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