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30일 연중 제4주간 화요일 미사 강론

by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posted Jan 31, 202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24년 1월 30일 연중 제4주간 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하느님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신다. 사람은 생명을 포기해도, 결코 하느님은 생명을 포기하지 않으신다. 오늘 복음이 이를 증언한다. 오늘 복음에는 주인공이 셋 등장한다. 예수와 죽어가는 딸아이를 가진 아버지, 그리고 12년 동안이나 하혈병을 앓던 한 여인이다. 죽어가는 딸 아이를 위해서 오늘날로 치면, 본당회장과도 같은 회당장 야이로라는 사람은 자신의 신분도, 자신의 명예도 잊은 채 예수를 찾아간다. 그리고 예수에게 애걸 복구한다: “제 어린 딸이 다 죽게 되었습니다. 제 집에 오셔서 그 아이에게 손을 얹어 병을 고쳐 살려 주십시오.” 그의 말을 듣고, 예수께서는 그를 따라 나선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둘러싸고 서로 밀쳐 대며 따라간다.
 
군중 속에는 열두 해 동안이나 하혈병으로 앓고 있던 여인이 있었다. 의료비로 전 재산을 다 써도 아무런 효험도 없었고, 오히려 병세가 더욱 심해진 여인은 예수님의 옷만 만져도 구원되리라고 믿고 그분의 옷을 만졌다. 그러자 곧 그 부인의 병이 나았다. 바로 그 순간, 누가 내 옷에 손을 대었느냐고 예수께서 물으신다. 그 여인은 자기 몸에 일어난 일을 알았기 때문에 두려워 떨며 엎드려 사실대로 말씀을 드린다. 이 여인은 12년 동안이나 자기를 괴롭히고 고통스럽게 한 이 저주받을 병을 고치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 아마도 이 여인은 ‘12년 동안이나 날 고통 속에 쳐 박아 둔 이 더러운 병을 고칠 수만 있다면, 내가 뭘 못하겠나?’ 하는 심정으로 예수 곁에 갔었고, 예수님의 옷에 손을 대기만 해도 병이 나으리라고 믿었다.
 
그 여인이 사람들 앞에 나와 엎드려 사실대로 말씀을 드리자, 예수께서는 “부인, 당신의 믿음이 당신을 살렸습니다. 병이 완전히 나았으니 안심하고 가시오" 하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회당장과 회당장을 따라온 사람들, 그리고 회당장의 집에서 온 사람들은 12년동안이나 괴로움과 소외 속에서 고통 받고 이제서야 구원을 받은 여인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 사람들에게는 회당장의 딸이 낫는 것이 더 급한 일이었다. 그들에게는 12년동안 하혈병을 앓아온 여인의 병을 고쳐주고 그 여인과 이야기를 하는 예수가 그저 한 여인과 노닥거리는 것으로만 여겨졌다. 그 시간에 야이로의 딸은 죽어 버린다. 그러자, 사람들이 예수에게 이렇게 말한다. “따님이 죽었습니다. 그러니 저 선생님께 폐를 더 끼쳐 드릴 필요가 있겠습니까?” 이 말은 결국, “당신이 저 여인과 노닥거릴 동안 우리 딸아이가 죽었단 말이오! 이제 당신은 필요 없소! 그나마 당신이 사람들 병을 고쳐준다 하길래 당신을 믿었는데....이젠 다 끝났소.”라는 말이다. 그러나 예수는 이 말을 들은 체도 않고, 회당장의 집으로 가서 회당장의 딸아이를 살려낸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는 하느님 나라, 구원, 은총, 하느님, 이런 단어들에 대해서, 우리 나름의 생각과 의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많은 경우, 마치 사람이 사람에게 하듯이 “우리가 하느님께 해드리는 만큼 그만큼 하느님도 우리에게 해주신다”고 생각을 한다. 착한 일을 500원어치하면, 500원어치의 은총을 주실 거라고.
 
그러나 아니다. 하느님은 그렇게 째째한 분이 아니다. 철철 흘러 넘칠 정도로, 덤으로 주시는 분, 인간을 너무나도 사랑하셔서, 당신 아들까지도 모두 다 내어주시고, 당신 아들의 몸과 피까지도 우리 모두에게 다 내어주신 분이다. 하느님은 그 크신 은총, 우리가 계산해놓은 것보다도 더 많은 것, 어마어마한 것, 상상을 초월하는 것, 우리가 구원이라고,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부활이라고, 영원한 생명이라고 밖에 부를 수 없는 그 무언가를 주신다.
 
이 어마어마한 선물을 우리가 받는 방법은 아주 쉽다: “하느님을 받아들이고, 하느님 당신을 믿습니다. 당신께서 일하고 계시다는 것을 믿습니다. 당신은 나의 구세주이심을 믿습니다. 당신은 제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즐거울 때나 힘들 때나 아플 때나 건강할 때에나 언제나 저와 함께 하시는 임마누엘 하느님이심을 믿습니다”라고 고백하고 하느님의 뜻인 경천애인을 실제로 살아보려 아둥바둥거리만 하면 된다. 이 믿음과 이 몸부림이 신앙이다. 이 신앙의 길로 우리 함께 걸어가지 않으시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