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박해자 사울이 사도 바오로가 되어 목숨을 걸고 주님을 전한 것은 주님과의 그 만남의 순간이 너무나 강렬하였기 때문입니다. 주님과의 만남은 자신이 지탱하고 살아온 모든 가치가 무너지는 것과 같았으며, 마치 소경이 눈을 뜨고 새로운 세상을 보는 것과 같은 체험을 해주었던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어렵고 힘들 때마다, 예수님을 만났던 순간을 되새기며 새롭게 출발하는 지혜와 용기를 얻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의 믿음도 하느님 사랑에 대한 구체적인 체험을 통해 그 뿌리를 마음 깊이 내릴 때만이 확고해지고 또 변하지 않는 믿음을 가지고 주님의 사람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수가 있게 되는 것입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촉망받는 신입 투수가 있었습니다. 이 선수에게는 최고가 될 수 있는 재능이 있었지만, 정신력이 너무 약했습니다. 볼을 잘 던지다가도 한 번의 실수로 와르르 무너져 내려 경기에 패배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반복되는 실수로 큰 슬럼프에 빠진 투수는 스포츠 심리학의 대가와의 상담을 통해 다음과 같은 처방을 받았습니다. “완벽한 순간의 투구 장면을 짧게 만들어 최대한 자주 볼 것.” 선수는 처방대로, 실수할 때마다 자신의 완벽했던 투구를 떠올렸고, 그때마다 거짓말처럼 슬럼프에서 벗어났습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새가슴으로 불렸던 투수는 이내 강철같은 담대함의 상징이 됐고 나중에는 가장 큰 담력이 필요한 마무리 투수로 전향해 훗날 명예의 전당에도 입성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두 번째로 200승 150세이브라는 대기록을 거둔 존 스몰츠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부족한 인간이기에 한 번도 실수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비록 죄 중에 있다 하여도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고 하느님께 자신을 맡기기 위해서는 바오로 사도와 같이 우리도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우리도 어떠한 힘든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주님께 대한 믿음을 항구하게 지켜나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주님을 만났던 그 체험을 가슴에 담고 두려워하거나 놀라지 말고 주님의 능력으로, 지난 어느 해보다 더 주님의 사랑과 축복을 받는, 어느 해보다 가장 좋은 한 해가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