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연중 제2주일 강론)

 

하느님을 찾는 사람들

 

오늘 복음 말씀은 신앙생활을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함축적으로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한 구절 한 구절 짚어 가면서 상세히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세례자 요한은 예수 그리스도의 증거자입니다. 그는 오늘 그분을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고 선언합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어린양은 속죄 제물이니 장차 그리스도께서 인류 구원을 위한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것을 세례자 요한은 미리 내다 본 것입니다. 우리는 매일 미사 중에 영성체에 앞서 사제가 거양성체 하면서 이 부분을 고백합니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 다시 말해 성체성사로 오시는 그리스도를 하느님의 어린양이라고 외칩니다. 그분의 희생 제사로 우리는 죄를 용서받았고 성체성사를 통하여 그분의 생명에 동참합니다.

 

무엇을 찾느냐?”

 

이 질문은 매우 근원적인 물음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나요? 천주교 신앙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또 우리는 그 신앙을 통해서 무엇을 얻고자 하나요? 하느님 그분이 목적인가요? 아니면 그분이 주시는 선물, 특히 세속적인 기복만을 바라는가요? 또 신앙을 통해서 삶과 죽음의 참된 의미를 깨닫고, 온전히 하느님께 귀의하려고 하나요? 아니면 현세에서 아무런 변고 없이 무탈하게 지내다가 죽으면 천국 영복만을 바라나요?

 

와서 보아라.”

 

성체 안에 계시는 주님께서 침묵 중에 우리에게 건네시는 말씀입니다. “와서 보아라.” 신앙은 지식이 아닙니다. 신앙은 체험입니다. 교리와 성경지식을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도구 삼아 기도와 일상 중에 인격적으로 하느님을 직접 체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어떤 사람을 파악할 때 누가 전해주는 이야기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직접 내가 겪어 봐야지만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 수 있습니다. 신앙생활은 일차적으로 하느님 그분과 1:1로 직접 대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침묵 중에 성체 앞에 자주 앉아 있어야 합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화려한 수사로 가득 찬 웅변이 아니라 고요하지만 온전히 내 영혼이 집중하고 있는 영적 침묵이 필요합니다.

그분과 함께 묵었다.”

 

제자들은 주님과 함께 숙박을 하면서 그분의 깊이에 빠져들어 갑니다. 신앙생활은 타성에 젖은 주일미사 참여 혹은 묵주기도 5단 바치기가 전부가 아닙니다. 신앙생활은 말 그대로 믿음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성체를 모시고 나서 항상 주님께서 내 안에 계심을 믿고, 그분과 함께 생활하는 것입니다. 어린이들은 낯선 친구를 보고 처음에는 서먹서먹해도 일박을 하고 나면 금방 친해집니다. 우리가 주님과 더 친해지기 위해서는 피정 및 연수를 해야 합니다. 아무리 일상이 바쁘더라도 시간을 내서 우리가 여행을 가고 휴가를 떠나듯이 교구의 좋은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합니다. 그것이 주님과 하루를 묵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수도회 주관의 각종 피정, 꾸르실료, M·E, 초이스, 성령 묵상회, 성경공부 등이 그것입니다. 그래야 성장합니다. 그래야 신앙생활이 더 뜨거워지고 충만해집니다.

 

우리는 메시아를 만났소.”

 

신앙 체험이 없이는 선교도 힘이 없습니다. 예수님을 만나서 그분께 매료된 안드레아는 자기 형 베드로를 주님께 데리고 옵니다. 우리가 선교하는 것은 내가 체험한 하느님이지, 교세 확장을 위한 종교 조직이 아닙니다. 내가 신앙을 가짐으로써 변화된 인생이 좋아서 남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겁니다. 우리 또한 주님을 그리스도라고 고백하고, 그분이 얼마나 좋으신지를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가족과 친구 중에 아직 그리스도를 모르고 사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선교해야 할 첫 번째 대상은 거리를 활보하는 다수의 군중이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입니다. 그들에게 내가 만난 하느님을 전해야 합니다.

 

그럼 오늘 복음 말씀을 가지고 또 한 주간을 살아봅시다. 우리가 매일 앞으로 나아가려고 연습하지 않으면 기존의 관성에 따라 항상 제자리에 머뭅니다. 주님께서는 항상 나와 동행하시며 나를 통해서 당신의 일을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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