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8일 월요일 주님 세례 축일 미사 강론

by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posted Jan 0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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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8일 월요일 주님 세례 축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하느님을 믿느냐, 믿지 않느냐는 교리 문답 몇 개 더 외우고 못 외우는 것으로 가늠되는 것이 아니다. 세례받고, 안받고가 하느님을 믿느냐, 믿지 않느냐의 궁극적인 선별 기준도 아니다. 하느님을 믿는 사람은 어떤 우주적인 원리나 인생살이의 규칙들, 혹은 무슨 신비로운 지식이나 지혜를 알고 깨닫는 사람들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이제껏 살아온 삶을 청산하고, 그리스도인이라는 새 삶을 살아보겠다고 두 주먹 불끈 쥐고, 어금니 깨물고 다짐하는 사건이 세례다.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주님의 세례 축일은 그저 예수님이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날이 아니다. 우리의 세례를 기억하는 날이다.

        세례를 받으면서,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진리와 진실을 전하고 수호하는 시대의 예언자가 되었고, 하느님과 인간을 이어주는 사제가 되었고, 세상을 사랑하고, 세상에 봉사하는 왕 혹은 여왕이 되었다. 지상 최고의 영예와 영광을 세례를 받음으로써 얻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 지상 최고의 영예와 영광은 사랑을 위해, 세상의 평화를 위해 낮추어져야 하고, 버려져야 하고, 비워져야 하는 것이다.

        세례를 받고, “믿습니다!”하고 고백했던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이다. 그저 막연하게 초월자이신 하느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사람이 되어 우리 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이다. 예수 그리스도, 그분은 아빠, 아버지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알리기 위해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셔서 그들의 고통과 슬픔을 함께 아파하고 어루만지고, 위로하시며, 거기서 그들을 해방시키고, 구원하기 위한 일을 하셨다. 그 일을 위해서 당신의 목숨까지도 내어 놓으셨다. 그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과거 2천년 전 이스라엘에서 훌륭한 삶을 살았던 예수가 실제로 존재하셨다는 것을 머릿속으로 동의하고 인정하는 데 그치는 것은 아니다. 예수님의 길지 않은 지상에서의 삶 속에서 온몸을 내던지면서 하셨던 선택, 하느님의 사랑을 이 세상에서 완성하기 위해 가난한 이들과 불의에 억눌려 고통받는 이들을 우선적으로 사랑하신 예수님의 선택을 우리들의 삶 속에서도 이어가고 그분의 삶의 발자취와 궤적을 계승하고 확산한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삶은 한 순간의 선택과 그 선택에 따른 몇 번의 노력으로 끝나지 않는다. 믿음의 삶은 삶이 지속되는 한 끊임없이 연속되는 결단의 삶이고 실천의 삶이다. 때로는 주위 환경이나 여건에 따라서 약해질 수도 있고, 아예 없어질 수도 있는 것이 믿음의 삶이다. 교회의 부끄럽기 짝이 없는 모습들 때문에 믿음의 삶이 방해를 받을 수도 있고, 그 구성원들의 불화와 불목 때문에 그렇게 될 수도 있다.

        주님께서는 세례를 받을 때에, 하늘에서 들려왔다는 말씀을 늘 기억하셨다. «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 ». 그리고 하느님의 사랑받는 아들로서,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아들로서 살아가기 위해, 늘 고군분투하셨다. 주님처럼, 우리도 늘 기억해야 한다. 내가 세례를 받았다는 것을. 내가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사람, 하느님의 일을 하는 사람으로 거듭났다는 것을 말이다. 또한 기억해야 한다. 하느님의 사람, 하느님의 일을 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이 미사를 봉헌하고 있는 우리들 모두라는 것이다.

       오늘 주님 세례 축일은 나로 하여금 세례 받은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 라는 이 물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여러분에게 오늘 주님 세례 축일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