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성탄 대축일
+ 요한복음 1,1-18
우리는 예수님을 빛이라 고백합니다.
빛의 반대말은 무엇일까요? 어둠이요? 정말 그런가요?
대부분 너무나 쉽게 빛의 반대말을 어둠이라고 말합니다.
아니죠. 빛의 반대말은 없습니다. 굳이 만들자면 ‘빛이 없음’이 되겠죠.
어둠은 밝음의 반대말입니다. 그리고 밝고 어두움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빛이죠.
모두 빛이 있고 없음으로 생겨나는 상태입니다.
따라서 빛은 어두움과 싸워 이기는 것이 아니라 그 존재만으로 어두움을 몰아내는 것이죠.
예수님은 그런 분입니다. 대적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절대적인 빛이십니다.
그 빛이 우리를 기다리십니다. 우리 마음을 밝히시기 위해서요.
우리 마음을 밝히신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첫째로는 밝히시어 그 안에 있는 것을 모두 드러나게 하시는 것입니다.
둘째로는, 어두운 기운들을 몰아내 없애주시는 것이지요. 곧 우리 죄를 깨닫게 하시고, 나아가 그 죄를 없애주시는 것입니다.
우리는 때로 허름한 마굿간을 다른 의미에서 체험합니다.
그 마굿간처럼 ‘나는 보잘 것 없다. 할 줄 아는 것도 없다. 참 못났다.’
하지만 마굿간은 그런 우리가 들어 높여지는 장소입니다.
부족한 것은 변함없지만 부족함을 지닌 인간 본연의 모습 안에서 완전해지는 장소입니다.
그 부족함마저 사랑받는 곳이죠. 그렇게 우리에게도 새로남의 장소가 되는 것입니다.
완벽하진 못하지만 완전한 인간으로 말이죠.
그러니 예수님을 잉태합시다. 그리고 낳으러 마굿간에 갑시다!!!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서, 그리고 나 역시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서...
우리의 기다림은 새생명의 탄생으로 완성되었습니다.
기쁨과 희망, 구원의 확신으로 가득찬 성탄입니다.
지금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그 생명 앞에 있습니까?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 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