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4주일 강론)
성모영보
이제 대림초가 다 밝혀졌습니다. 성탄이 임박했다는 말이지요. 올해는 특이하게도 대림 4주일과 성탄 성야 미사가 같은 날에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하루에 두 번 성당에 와야 하니 번거로울 수도 있지만 엄연히 미사가 다르기 때문에 은총은 두 배가 될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천사의 방문과 마리아의 동정 잉태 수락을 그리고 있습니다. 구약의 나탄 예언자 말대로 다윗의 왕좌는 영원히 튼튼하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 그 예언의 성취가 바로 신약의 마리아에게서 이뤄집니다. 마리아의 정혼자 요셉이 다윗 가문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예수 그리스도는 엄밀히 따지자면 혈연적으로 다윗 가문과 무관합니다. 마리아가 동정 잉태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분명히 마리아는 요셉의 아내이고,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는 양아버지 요셉의 아들이 됩니다. 이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다윗의 왕조에게 약속되었던 구원의 성취는 혈연을 뛰어넘어서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이들에게 전해질 것입니다.
대림 제4주일 복음의 주요 메시지는 마리아의 순종입니다. 마리아의 “예”, 이 결정적인 한마디에 구약이 완성됩니다. 만일 마리아가 외면하거나 거절했다면 천사는 또 다른 마리아를 찾아 나서겠지요. 어쩌면 구세주의 탄생이 무기한 연기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고 보면 그리스도는 다윗 가문의 혈연이 아니라 나자렛 시골 처녀의 신앙 안에서 잉태되신 것입니다. 마리아의 순명은 구세주 탄생의 결정적인 토대가 됩니다. 많은 성인들이 훌륭하게 그리스도를 증거했지만, 마리아의 순명을 절대 능가하지 못합니다. 마리아는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어 오심에 적극적으로 동의했고, 당신의 인생 전체를 희생하여 협조했습니다. 왜 천사가 마리아에게 ‘두려워하지 마라.’고 했겠습니까? 동정 잉태 순간부터 마리아의 인생에 수많은 역경과 고난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결혼과 출산도 아니었거니와 구세주 탄생 이후로 마리아는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습니다. 남편과 아들을 잃은 과부이지만 구세주의 어머니이자 사도들의 어머니로서 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가 눈여겨 볼 대목은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입니다. 대림시기 기쁨의 원천은 나와 함께 하시는 주님이라는 말입니다. 살다보면 늘 좋은 일만 있는 것이 아니지요. 때로는 나를 슬프게 하고, 두렵게 하며, 절망하게 만드는 일도 생깁니다. 하지만 신앙인들은 그 모든 순간에 ‘하느님께서 함께 하신다’ 고 믿습니다. 지금 당장은 왜 그런 일들이 발생하는지 모르지만, 하느님께서 나와 함께 하신다고 했으니 희망을 갖고 인내하며 하느님의 뜻이 어디 있는지 곰곰이 묵상할 수 있습니다.
성탄을 준비하면서 우리도 마리아의 신앙을 본받아야 합니다. 어찌 보면 은총이라는 것은 웃을 일이 있어서 웃는 것이 아니라 비록 힘든 일이 있을지라도 웃으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행복해지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요? 이제 성탄이 몇 시간 남지 않았습니다. 그간의 대림 시기를 돌아보면서 나는 마리아처럼 합당하게 준비를 잘하고 있는지 묵상하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