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팔일 축제 내 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예수님의 성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성인이 한 분 계십니다. ‘예수님의 성탄’을 자신의 한평생 화두로 삼았던 예로니모(AD 340-420) 성인이십니다. 예로니모 성인은 히브리어나 희랍어로 된 구약성경을 라틴어로 번역한 성인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고행 중의 고행이었던 성경 번역 작업에 아주 기쁜 마음으로 임했는데, 그 작업은 바로 아기 예수님 탄생지로 추정되는 예수 탄생 성당 밑에 있는 동굴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예로니모 성인께서 예수님의 성탄과 관련해서 “아무리 성탄이 수백 번 계속된다 해도 여러분 각자 마음 안에 예수님께서 탄생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라는 말씀을 신앙의 후배들인 우리에게 남기셨습니다.
정말 지당한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가운데 예수님께서 탄생하시는 일입니다. 내 안에, 우리 가정 안에, 우리 공동체 안에 예수님께서 탄생하지 않으신다면, 그저 세상의 상술에 덩달아 놀아난 것뿐입니다. 그동안 대림 시기를 지내며, 태어나실 아기 예수님을 위한 공간이 조금이라도 있는지 확인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의외로 우리 내면이 너무 많은 것들로 빼곡히 들어차 있어서 공간이 별로 없었습니다. 어떤 분 마음을 살펴보면 자신에게 심한 상처를 안겨준 그 누군가를 향한 분노의 마음으로 꽉 차 있습니다. 어떤 분 마음속에는 오로지 자식들에 대한 걱정을 비롯한 다양한 걱정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아기 예수님께서 탄생하시기 위해 조금 비집고 들어오시려고 해도 워낙 잡다한 것들로 가득 차 있어서 공간이 없는 것입니다.
더구나 이번 성탄 전야와 대림 제4주일이 겹쳐 있어 주님을 위한 자리를 준비하는 시간이 짧아졌습니다. 혹시라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여 그 옛날 베들레헴에서처럼 마구간에서 탄생하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았는지도 반성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하였다면, 지금이라도 빨리 우리 마음의 자리를 마련하여 주님을 우리 마음에 모셔 들여야 할 것입니다. 주님께 대한 믿음과 희망 속에서 우리의 마음을 비우고 사랑으로 장식하여 주님을 모심으로, 이번 성탄이 우리 모두에게 평화의 선물을 가지고 오시는 주님께서 함께하시는 참으로 축복되고 아름다운 성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