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3주일 강론)

 

참된 자선

 

오늘은 대림 제3주일로써 장미주일 혹은 기쁨주일로 불리기도 합니다. 또 전례력으로 17일부터는 주님 탄생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어제 저녁부터 우리 공동체는 성탄 9일 기도를 바칩니다. 정말 이제 성탄이 바로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올해는 대림 4주일을 지내고 당일 밤 미사부터 성탄 대축일이라 시간이 촉박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대림 시기 동안 우리는 속죄와 보속, 절제와 기도의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그러나 오늘 장미주일 만큼은 성탄이 머지않았으니 내적 기쁨을 간직한 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장미색 제의는 기쁨을 상징합니다. 오늘 전례 독서 역시도 기쁨이 공통 주제입니다. 1독서는 이사야 예언자의 입을 통하여 희년을 선포합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 하느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마음이 부서진 이들을 싸매어 주며,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갇힌 이들에게 석방을 선포하게 하셨다.” 이 대목은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시면서 회당에서 선포하신 말씀과 같습니다. 그리스도의 사명은 어둠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복음, 즉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것입니다. 이어지는 화답송 내 영혼이 내 하느님 안에서 기뻐하네역시 루카 복음의 성모 찬송으로써 마리아의 동정 잉태를 기뻐하고 있습니다. 2독서도 기쁨을 노래합니다. 사도 바오로는 박해받고 있는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라고 격려합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복음은 세례자 요한을 통하여 빛이신 그리스도가 가까이 와 계심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빛으로 오시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참된 기쁨을 누립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기쁘십니까? 아니면 여전히 어둠 속에서 슬퍼하고 있습니까? 아마 나를 슬프게 하는 주변의 환경은 바뀌지 않았을 것입니다. 여전히 내 몸은 병들고 아프고, 생활고도 해결된 것이 없으며, 나를 힘들게 하는 가족들과 이웃들은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 마음은 내가 바꿀 수 있습니다. 하늘의 날씨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지만 내면의 날씨는 내가 결정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육신의 병고를 받아들이고 하느님께 맡기는 것은 내가 할 수 있습니다. 또 살림 형편은 어렵지만 일용할 양식에 감사하며 사는 것은 내가 선택하는 것입니다. 참 어려운 일이지만 나에게 상처를 주고 분노하게 만드는 가족과 이웃을 용서하고 증오를 내려놓는 것은 상대의 태도와 상관없이 내 의지로써 하는 것입니다. 비록 상대가 뉘우치고 용서를 빌기 전에는 화해가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나와 예수님을 위하여 더 이상의 분노가 내 영혼을 지배하지 않도록 적개심을 끊어버리는 것은 내가 할 수 있습니다.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탄생을 왜 기뻐합니까? 그분의 복음이 우리를 살리고 기쁘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의 말씀을 듣고 받아들이면 내적 자유와 기쁨이 샘 솟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대림 시기를 준비해 왔습니다. 인내와 희생, 속죄와 보속의 과정 없이는 성탄이 기쁘지 않습니다. 십자가를 통해 부활이 있듯이 고통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성장하고 깨닫습니다.

한편 오늘은 자선주일입니다. 토빗서에서는 금을 쌓아 두는 것보다 자선을 베푸는 것이 낫다.”고 합니다. 우리는 베풀면서 더 풍요로워집니다. 오늘 교회는 가난하고 병든 이들, 소외된 이들이 그리스도의 사랑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하고, 특별히 2차 헌금으로 자선을 실천합니다. 이 자선이야말로 아기 예수님께 기쁜 선물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자선은 꼭 돈으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참된 자선이란 부자가 빈자에게 베푸는 물질적 도움을 넘어서서 부자가 빈자를 친구로 받아들이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소록도 나환자 이장님 이야기)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어설픈 동정심은 되려 상대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습니다. 동정을 영어로 쓰면 compassion입니다. ‘함께라는 뜻의 com고통이라는 뜻의 passion이 합쳐진 말입니다. , 동정은 함께 고통을 나눈다는 말입니다. 예수님의 측은지심은 애간장이 탈 만큼 상대의 아픔에 공감하고 고통을 나누어지는 행위까지 포함합니다.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그 대상자들에게 친구가 되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연민이 없는 자선은 그저 자신의 명예를 위한 투자에 불과합니다. 기부하고 꼭 사진 찍으려는 정치인들을 보십시오. 우리는 물질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나누어야 합니다.

 

이제 성탄이 8일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세상은 늘 시끄럽고 분주합니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차분한 가운데 참된 기도와 자선으로써 성탄을 준비해야 하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