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365호 2016.01.17 
글쓴이 조욱종 신부 

남의 일로 공생활을 시작하신 예수님

조욱종 신부 / 로사리오의 집 loucho2@hanmail.net

  “번역은 반역이다.”라는 말이 있다. 번역이란 아무리 잘해도 반 번역 밖에 되지 못한다는 말이다. 성서는 예외일까? 원문에 충실하면서 정확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성서 번역이 가장 힘든 작업일 것이다.‘공동번역 성서’를 10년 만에 번역하다 보니 너무 아쉬워서‘한국천주교회 창립 200주년 기념성서’를 번역하면서 신약만 16년이나 걸렸으니, 이를 보완하고자 만든 지금의 신구약‘성경’은 얼마나 어렵고 힘든 과정이었을지 가히 짐작할 수 있을 일이다. 그래서 성경은 공부를 해야 한다. 그것도 교회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올해의 연중 시기는 예수님의 공생활을 알리는 혼인 잔치에서의 일로 시작한다. 잔칫집에 딱한 일이 생기자 남의 일로 여기지 않은 성모님이 예수님께 청을 하니 예수님이 이렇게 대답하셨다.“부인, 부인이 저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200주년 성서는 이렇게 번역하였는데, 새 성경은“여인이시여,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로 번역하면서 이렇게 번역한 이유를 주해를 통해 길고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다. 의역을 시도하였기 때문에 말이다. 그런데 실제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건·사실을 자국어로 보도하는 신문과 방송들이 그 사실을 숨기거나 왜곡하는 일들이 지금의 현실이니 그에 비한다면 얼마나 진실하고 솔직한 자세인가.


  예수님은 당신 공생활에서의 중요한 첫 번째 기적을 남의 잔칫집에서 생긴 곤란한 일 때문에 일으키셨다. 그것은 관심의 발로이다. 올해는 총선이 있는 해, 투표에 참여하여 선거의 주인이 되는 참정권이야말로 사회에 관한 관심에서 비롯한다. 사회 전체의 일이 바로 나의 일이자 이웃의 일이기 때문이다. 사회의 어두운 일들을 성모님처럼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로 여겨 함께 하려는 관심, 잘못된 일들은 바로잡아야겠다는 그리스도인다운 정신을 발휘할 그런 해를 우리는 연중 시기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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