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3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탈렌트의 비유’라고 불리는 주일 복음을 통해 하느님께서는 우리 각자에게 ‘탈렌트’라는 선물을 주시고 계신다는 것과 우리는 이 선물을 어떤 자세로 활용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복음 말씀을 보면 어떤 사람에게 는 다섯 탈렌트를, 어떤 사람에게는 두 탈렌트를, 또 다른 사람에게는 한 탈렌트를 주셨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얼마만큼 받았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받은 것을 어떻게 활용했느냐 하는 것입니다. 사실 한 탈렌트도 약 6억 원에 해당하는 금액이기에 무슨 일을 하는데 결코 적은 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초대 교회사에는 ‘황일광 시몬’이라는 백정 출신 천민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하루는 백정인 황일광이 세례를 받고 신자들 모임에 나가게 됐습니다. 그런데 양반들이 천민 중의 천민인 황일광의 소매를 끌어당기며 자기들 모임에 들어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럴 뿐만 아니라 당대의 내로라하는 석학들은 그를 ‘형제’라고 부르기까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황일광은 그때 자신의 심정을 이렇게 토로했습니다. ‘천주교에서는 천주님을 믿으면 죽어서 천당 간다고 한다. 그렇다면 내게는 천당이 두 곳이 있다. 지금 여기가 천당이고 죽어서 갈 곳도 천당이다.’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았던 한 백정에게 눈부신 천국을 살게 한 것은, 양반 신분의 이웃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비교하기보다는 남과 다른 재능을 받은 만큼 부지런히 잘 활용해 세상을 복음화시키라는 것이, 오늘 예수님의 가르침입니다. 복음에서는 받은 것에 감사하지 않는 게으른 종을 악한 종으로 동일시하고 있습니다. 사실 사람의 몸이 게으르다고 해서 그의 혀까지 게으르지는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으른 종은 계속 불평하고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느라 말과 핑계가 많아서 그의 혀는 분주하기 짝이 없었던 것입니다. “소인은 크고 특별한 것에만 성실하고, 위인은 평범한 것에도 성실하지만, 성자는 작은 것에도 성실하다”라는 말처럼, 혀가 바쁜 삶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바쁘게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통해 우리가 있는 이곳에서 이웃 형제들이 천당을 맛보게 해주어 우리에게 주어진 탈렌트가 아름답게 꽃피는 그런 한 주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