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2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교회는 전례력으로 한해를 마쳐가는 이 순간에 “열 처녀의 비유”를 통하여 우리에게 ‘준비’에 대해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슬기로운 처녀들은 신랑과 함께 혼인 잔치에 들어가고, 어리석은 처녀들은 닫힌 문 앞에 서서 열어 달라고 청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더욱이 예수님의 말씀은 다소 냉정하게 들립니다. “나는 너희를 알지 못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자비로운 모습과는 사뭇 다릅니다. 간청하는 어리석은 처녀들에게 주인은 문을 열어줄 법하지만 그리하지 않습니다. 유대교에서 ‘닫힌 문’은 놓쳐버린 기회를 나타내는 표현이라고 합니다. 어리석은 처녀들은 마지막 때에, 마지막 기회를 놓쳐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기회는 다시 주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슬기로운 처녀와 어리석은 처녀의 비유는 하늘나라에 들어가려면 준비가 필요하며 그 준비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슬기로운 처녀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등을 밝힐 수 있는 기름이 준비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누구에게서 받을 수 있거나 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종말을 말하는 모든 이야기가 그렇듯이 열 처녀의 비유는 마지막 때가 아닌 지금의 삶에 관심을 두게 만듭니다. 지금이 혼인 잔치를 위한 기름을 준비할 때입니다.
위령성월 그리고 전례력으로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에서 복음은 우리의 마지막 준비에 대한 경고의 말씀으로 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이 평신도 주일인 것을 생각한다면 복음을 조금 달리 해석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여러분의 마음속에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거룩히 모시십시오. 여러분이 지닌 희망에 관하여 누가 물어도 대답할 수 있도록 언제나 준비해 두십시오.”(1베드 3,15)라는 베드로 사도의 말씀대로, 우리 신앙인의 마음가짐, 평신도의 사명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라는 말씀으로 알아들을 수도 있습니다. 주님을 마음에 모시고 살아가는 우리는 사랑의 실천을 통해 주님이 주신 등에 기름을 채워야 할 것이며, 동시에 성서와 교회의 서적을 읽음으로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우리의 희망을, 믿음을 설명해 줄 수 있는 능력을 준비하며 아름다운 한 주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