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3주간(1119-25)

 

레지오의 사도직, 땅에 묻은 한 탈렌트

안동교구 권용오 마티아 신부

 

 

전례주년 마지막 전 주일인 오늘 복음은 탈렌트 비유를 통해 종말에 있을 심판을 상기시키며 한 해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탈렌트를 받듯이 우리도 하느님의 은총을 받아 신앙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무한하신 하느님의 은총을 각자 빗물을 받는 그릇처럼 능력에 따라 다르게 받지만, 능력의 차이는 심판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능력대로 열심히 살았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많든 적든 탈렌트를 늘린 종들은 모두 주님의 기쁨에 참여하게 되지만, 땅에 묻어두었던 종은 다른 종들과 달리 그것을 빼앗기고 바깥 어두운 데로 쫓겨났습니다.

한 탈렌트를 맡은 종은 주인의 신뢰를 깨닫지 못할 만큼 주인을 오해하고 불신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안전만을 도모하고, 주인이 마땅히 얻어야 할 이익을 챙기는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결국 주인에게 손실을 입힌 악한 종으로 심판받았습니다.

탈렌트를 받아 장사를 능력껏 해서 수익을 낸 종들처럼 하느님의 은총을 받은 신앙인들도 신앙생활에 충실하여 주님의 칭찬을 받아야 하겠습니다. 신앙생활에서 늘려나가야 할 하느님의 은총은 하느님의 사랑이며, 레지오 사도직은 하느님 사랑에 대한 응답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자신을 선하다고 생각하는 게으른 종이 되지 맙시다.

평신도 사도직 단체로 공인된 레지오 마리애의 단원이 된다는 것은 사도직을 탈렌트로 받는 것입니다. 비록 한 탈렌트라도 사제, 수도자처럼 사도직 수행을 통해 주님께 기쁨을 드리는 데는 차이가 없습니다. 현실적인 여건이 어떻든 그것을 땅에 묻어둔 사람은 지금이라도 파내어서 활용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스도 왕 대축일, 연중 제34주간 (1126-122)

 

최후의 심판

안동교구 권용오 마티아 신부

 

예수 그리스도께서 왕으로 재림하심을 기념하는 온 누리의 주님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왕 대축일은 구원역사의 마지막에 주님께서 심판자로 오신다고 알려줍니다.

영광스러운 옥좌에 앉으신 예수 그리스도 앞에서 우리는 그분의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가게 됩니다. 오른쪽으로 서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 사는 동안 가장 작은 이들, 즉 보답할 능력이 없는 불쌍한 이들을 기꺼이 도와주었고, 아무런 보상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왼쪽에 서는 사람들은 그런 이들을 외면하였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바로 당신 자신이라고 말씀하시면서, 도와주지 않은 사람들을 당신의 왼쪽으로 밀어내십니다.

왼쪽으로 밀려난 사람들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주님이신 줄 알았더라면 그들도 기꺼이 도왔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소용없습니다. 모세의 법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라자로가 살아서 돌아간다 하더라도 듣지 않을 것이라고 아브라함도 말하지 않았습니까?

구원은 선한 행동이 아니라 선한 행동을 할 수 있는 마음에 있으며, 선한 마음은 다른 사람의 불행을 자신의 불행처럼 느끼고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게 합니다.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비록 도움을 베풀더라도 피상적이고 위선적인 행동이 되거나 상대에게 상처를 주게 됩니다.

천국의 문은 선한 체하는 사람에게 열리지 않습니다.

레지오 단원이 수행하는 사도직은 영혼을 돌보시는 성모님의 손발로 자신을 내어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단원은 활동할 때 자신을 수동적인 도구로만 내놓을 것이 아니라 성모님의 마음을 닮으려고 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성모님의 마음을 느끼기 어렵더라도 느끼고자 청한다면 사도직 활동을 통해 점점 성모님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레지오 단원들의 성화는 이런 사도직 실천에 달렸습니다. 심판 때에 주님의 오른쪽으로 가기를 바란다면, 사도직 실천을 통해 성모님의 마음을 닮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대림 제1주간(123-9)

 

레지오 단원이 해야 할 일

안동교구 권용오 마티아 신부

 

새로운 전례주년을 시작하는 오늘 복음은 먼 길을 떠나는 주인의 비유를 들려주며 우리의 신앙 여정이 주님의 재림을 준비하는 길임을 상기시킵니다.

종들에게 권한을 주고 각자에게 할 일을 맡기는 주인처럼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당신이 하시던 일을 이어가게 하시고 승천하셨습니다. 그리고 세상으로 나아간 제자들처럼 레지오 단원들도 주님께서 맡기신 일, 곧 사도직을 수행함으로써 주님을 다시 만나러 가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집 떠난 주인처럼 갑자기 돌아오실 때 우리가 잠자는 일이 없게 하라고 당부하십니다. 레지오 단원이 사도직을 수행하지 않는 것은 잠을 자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나라에 레지오 마리애가 도입되어 본당 사목에 활기를 넣어주던 시기에 수행하던 사도직 활동 대부분은 현재 단원들의 여건으로는 지속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레지오 사도직을 이전에 수행하던 활동으로 한정한다면, 그것은 한 탈렌트를 지키려는 것과 같습니다. 사실 교본에는 레지오 사도직 활동 영역에 아무런 한계를 두지 않습니다. “단원들에게 알맞고 교회 복지에 유익하다고 판단되는 모든 형태의 사회봉사와 가톨릭 활동으로 규정하고, 본당 주임 사제나 교구장의 승인을 받도록 조건을 달았을 뿐입니다. 이 조건은 레지오 활동이 본당이나 교구를 대리하는 것이며 신앙과 무관한 사회활동이 아니라는 특성을 강조합니다.

2000년 교회의 역사 안에서 레지오는 불과 100년에 지나지 않지만, 사회의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습니다. 현대 사회도 구원되어야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을 체험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물질주의와 개인주의로 인해 사람들의 마음이 더욱 이기심으로 기울어지는 세상에서 아무도 고립되지 않도록 레지오 단원이 예수님처럼 소외된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아무도 배제하지 않으며 모두가 함께 평화롭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실현하려고 노력함으로써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 각자에게 맡기신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대림 제2주간(1210-16)

 

새로운 시작

안동교구 권용오 마티아 신부

 

마르코 복음서는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이라는 말로 시작하는데, 그리스어 아르케(시작)”라는 말은 한처음에로 번역된 창세기 첫머리와 같은 말입니다. 예수님의 공생활을 새로운 창조, 창조의 완성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전례주년이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해마다 새로운 시작이며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듯이 같은 자리에 머물지 않고 완성을 향해 나아간다는 뜻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다가올 메시아를 맞이하도록 백성을 준비시키기 위해 요르단 강에서 회개의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메시아가 오면 세상을 심판하시리라고 믿었기 때문에 심판을 대비하려고 무리를 지어 요르단 강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세례자 요한이 요르단 강에 자리 잡은 것은 많은 사람이 모여 세례를 받기에 넉넉한 물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이 약속의 땅으로 처음 건너온 경계였기 때문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강 건너편에서 세례를 주었고, 세례받을 사람들은 강을 건너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으로 들어오던 모습을 상기시킵니다. 세례자 요한은 이스라엘 백성이 약속의 땅으로 들어왔던 역사적 체험을 되새기며 메시아가 와서 새롭게 건설할 왕국에 들어가기를 바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은 과거의 경험을 근거로 미래를 예상하지만,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메시아의 전망은 그런 예상을 능가하는 새로운 세상이었기에 세례자 요한도 혼란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레지오 단원들은 사도직에 관해서 지금까지의 경험에 매이지 말고 주님께서 큰 변화를 이루시도록 믿음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기 바랍니다. 이집트의 노예였던 사람들은 광야 생활의 험난한 도전을 거치면서 결속력이 강한 하느님의 백성으로 변화되었습니다. 레지오 단원들도 레지오의 규율과 정신에 따라 다양한 사도직 활동을 신앙생활의 중심으로 삼고 실천함으로써 성모님의 사랑받는 군사로 변화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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