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30주일
✠ 마태오복음 22,34-40
"ᆢ다하여 ᆢ사랑해야 한다."(37)
피정을 하러 갔습니다. 줄곧 하느님 사랑에 대해 말하고 쓰고 있지만 정작 제 가슴은 사랑으로 뛰고 있지 않아 괴로웠습니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행위여야 한다고 위로해 보지만 메마름을 견디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작은 말씀 한구절이 툭 마음을 쳤습니다. 지난 주일 복음입니다.
"더러는 의심하였다."(마태28, 17)
그리고 몇줄 뒤의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20)는 말씀입니다.
그다음 제 눈길은 십자가에 멈추었습니다.
자격을 갖추어야 하느님 약속을, 사랑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의심하고 있어서, 당신을 십자가에 못박는 어리석고 사악한 죄인이라서 사랑하고 용서하시고 약속하시고 구원하신다는 사실이 현실처럼 제 가슴을 쳤습니다.
사랑을 알아듣기 그리 더디니까 사랑하기가 또 그리 어려웠음을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37)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39)하십니다.
이미 예루살렘에 들어가셔서 수난을 앞두고 있을 때 하신 말씀으로 마태오복음사가는 들려줍니다. .
주님이 먼저 이토록 사랑하시니 우리도 사랑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분께 대한 사랑은 이웃에게 전해져야 한다고요.
사랑의 사도 요한은 훗날 다음과 같이 말할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그분께서 우리를 사랑하시어 당신의 아드님을 우리 죄를 위한 속죄 제물로 보내 주신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하느님께서 우리를 이렇게 사랑하셨으니 우리도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1요한 4,10-11)
오늘 1독서는 우리의 이웃에 대한 사랑이 구체적이어야함을, 또 약하고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우선적 대상임을 얘기합니다.
사랑, 언제나 다갚지 못할 빚으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랑을 알아듣는 그만큼, 사랑을 사는 그만큼, 더디지만 사랑을 향해 걸어간다면 조금씩 하느님을 닮아가 있을 것이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