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주간 훈화)
천상적 지혜
오늘 우리가 다룰 주제는 교본 28쪽에 나오는 “천상적 지혜”입니다. 일단 지혜는 라틴어로 ‘소피아(sophia)’라고 하는데, 이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지혜의 여신 이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철학을 영어로 ‘필로소피(philosophy)’라고 하는데, 어원적으로 보면 그리스어 ‘필리아(Philia)’와 ‘소피아(sophia)’의 합성어입니다. 필리아는 ‘사랑’이라는 말이니, 필로소피는 ‘지혜를 사랑하는 것’이라는 뜻이 되겠지요. 그러나 성모님의 “천상적 지혜”는 인문학에서 말하는 철학과 다른 차원의 말입니다. 즉, “천상적 지혜”는 이성적 지혜를 다루는 철학의 영역이 아니라 하느님의 지혜를 다루는 영성의 영역입니다.
구약성경 가운데 잠언서는 지혜를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을 경외함은 지식의 근원이다. 그러나 미련한 자들은 지혜와 교훈을 업신여긴다.”(잠언 1, 7), “스스로 지혜롭다 여기지 말고 주님을 경외하며 악을 멀리하여라.”(잠언 3,7) 즉, “천상적 지혜”란 하느님을 경외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으로써, 그분의 말씀을 참된 지혜로 여기며 악을 멀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 최상의 지혜는 하느님 말씀 자체이신 그리스도이십니다. 사도 바오로는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설파하십니다. “유다인이든 그리스인이든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힘이시며 하느님의 지혜이십니다.”(1코린 1, 25)
성모님이야말로 하느님의 지혜이신 그리스도를 잉태하셨으니 참으로 지혜의 여인이 아니라 할 수 없습니다. 또 마리아는 육으로만 하느님의 말씀이신 그리스도를 잉태하신 것이 아니라 영으로도 그분을 잉태하셨으니 참으로 복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마리아를 ‘상지의 좌’라고 부릅니다. 상지(上智)는 한자 말로 가장 높은 지혜라는 뜻이고, 바로 하느님의 지혜이신 그리스도를 일컫는 말입니다. 또한 좌(座)는 상지(上智)이신 그리스도께서 머무시는 자리 혹은 집이라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성모님은 하느님의 지혜가 머무는 옥좌라는 말입니다.
우리도 ‘상지의 좌’이신 마리아를 통하여 하느님의 지혜가 우리 안에 머물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노력을 해야 하겠습니다.
<주간 실천 사항>
하느님 지혜의 근원인 성경을 자주 읽습니다. (특히 잠언서 완독을 권장합니다.)
영적 식별력을 키우기 위해 말하고 행동하기에 앞서 성령 청원기도를 바칩니다.
어렵고 힘든 일이 발생했을 때 속단하지 말고 성모님처럼 ‘곰곰이 생각하는 습관’(루카 1,29)을 가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