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3주일 레지오 마리애 훈화
핀란드에 한 왕이 있었습니다. 왕은 나라를 잘 다스렸으므로 백성들은 아무런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았지만, 커다란 근심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자기의 뒤를 이을 왕자가 없고 공주만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공주의 신랑을 뽑아 대를 잇게 할 생각으로 전국에 사윗감을 구한다는 방을 붙였습니다. 공주의 신랑을 뽑는 날이 되자 전국에서 수천 명의 젊은이들이 몰려왔습니다. 첫 번째 시험은 말타기와 활쏘기였는데, 이 시험에서 20명 정도의 건장한 젊은이가 뽑히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시험은 지혜의 시험으로, 왕은 “높은 하늘과 땅을 잇고, 이웃과 이웃을 연결하는 나무를 구해 오너라. 기간은 100일을 주겠다.”라는 문제를 냈습니다. 그러자 20명의 젊은이는 ‘하늘과 땅을 연결하려면 우선은 키가 커야 하고, 이웃과 이웃을 연결하려면 나뭇가지 또한 길어야 할 텐데·……’ 라고 생각하며 제각기 길을 떠났습니다. 그중에는 수녀원에서 고아로 자란 존 페로라는 청년이 있었는데, 그 역시 다른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가장 커다란 나무를 구하려다가 찾지 못하고 수녀원 성당에 들어가 기도했습니다. 현명한 왕이 되어 세상의 불쌍하고 버림받은 이들을 위하여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오랜 시간 기도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던 페로가, 갑자기 무슨 생각에 뒤를 돌아보았는데, 나무 십자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렇다. 그것은 바로 나무 십자가다!” 그 후 페로는 핀란드를 잘 다스리는 왕이 되었습니다.
왕은 하늘의 뜻을 따라 백성을 이롭게 하는 사람으로, 만약 왕이 ‘십자가’의 희생을 알지 못한다면 하늘의 뜻에 반하여 자신만 배부르게 먹고 마실 수도 있습니다. 어떤 자리에 있건, 누군가를 이롭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희생할 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을 희생하는 자리가 바로 십자가입니다. 이번 주간 십자가 현양 축일과 고통의 성모 기념일을 지내며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바로 십자가의 길임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참을 수 없는 고통 속에서도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으며, 그분의 보호를 의심하지 않았던 성모님처럼, 우리도 같은 믿음으로 그 길을 걷는다면 성모님처럼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하시며 돕고 계셨다는 것은 알게 될 것입니다.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임마누엘이신 하느님을 체험하는 아름다운 한 주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