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

마태오 18, 15-20/ 2023. 9. 10. 연중 제23주일

네 복음서를 읽어보면 모두가 비슷비슷하고 공통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옵니다. 복음서들이 공통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예수님이 그리스도, 예수님이 메시아라는 것이고, 또한 사도들이 보고 듣고 체험한 것에서 나온 것이니 비슷비슷해 보입니다. 그러나 네 복음서는 각각의 특징도 있고 각각의 성격도 뚜렷합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마태오 복음서는 교리교사의 복음서라고 일컬어 집니다. 예수님이 누구이신지를 말하는 큰 주제뿐 아니라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가르쳐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산상설교 또는 진복팔단에 해당하는 부분은 그리스도인이 참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에 대해 가르쳐 줍니다.

오늘 복음은 공동체의 윤리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특히 나에게 잘못한 사람과 어떻게 화해하고 어떻게 용서할 것인지를 말합니다. 내가 잘못했을 때 참으로 회개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나에게 잘못한 사람과 화해하고 그를 용서해주는 것은 더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는 용서하지 못해서 힘들어 하고, 화해하지 못해서 괴로워합니다. 그러면서도 용서와 화해를 쉽게 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누군가가 공동체의 형제 자매에게 잘못을 했으면, 가서 그와 만나 이야기해야 합니다. “가서 단둘이 만나 그를 타일러라. 그가 네 말을 들으면 네가 그 형제를 얻은 것이다.”하고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단둘이 만나서 안되면, 두세 사람이 함께 가야 하고, 그것도 안되면 공동체 전체가 나서야 합니다. 화해하고 용서하기 위해 여러 단계를 거치고 여러 번의 노력과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잘못한 그 사람에게 다가가야 하고, 그를 만나야 하며, 그와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쉽게 그 과정을 포기해 버립니다. 더구나 그와 만나 이야기하지 않고, 그 사람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해버립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우리는 너무나 쉽게 뒷담화를 하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주님 말씀처럼, 단둘이 만나고, 그와 이야기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그 사람과 화해하여, 우리가 그 형제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뒷담화는 그 사람을 영원히 잃어버리게 합니다. 이런 뜻에서 언젠가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뒷담화만 하지 않아도 성인이 됩니다하고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용서하고 화해하는 일은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하느님께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내가 용서할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기도해야 합니다. 나에게 잘못한 사람이 벌받도록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을 주시도록 청해야 합니다.

우리 성당 공동체 역시 인간 관계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교우들 사이에 다툼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 주님의 가르침대로 험담하거나 뒷담화보다는 서로 만나 대화하고 이해함으로써 화해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우리의 화해와 용서, 우리의 기도와 공동체 안에 하느님께서 현존하심을 깨달을 있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가 좋은 형제 자매가 될 수 있기를 청하면서, 이 미사를 봉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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