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아 훈화(2023년 9월)
# 작은 것 하나에도 주님의 손길이
옛날 어떤 사람이 밤나무 밑에서 잠을 자려고 누웠다가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하느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고?
어처구니가 없어. 왜 굵고 튼튼한 밤나무에는 조그마한 밤이 열리게 하고,
얇고 긴 호박 줄기에는 큰 호박이 열리게 하셨을까?
내가 신이라면 호박 줄기에는 밤처럼 작은 호박이 달리게 하고,
튼튼한 밤나무에는 호박처럼 큰 밤이 열리게 했을 텐데...’
그렇게 투덜대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한참 코를 골며 자고 있는데 갑자기 ‘딱!’ 하더니 알밤 하나가 이마에 떨어졌습니다.
깜짝 놀란 그는 이마에 떨어진 알밤을 보고 얼른 무릎을 꿇고는 ‘하느님, 감사합니다.
밤이 호박만 했더라면 제 머리가 박살났을 텐데,
작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기도하였습니다.
시편 104편 24절에 ‘주님, 당신의 업적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 모든 것을 당신 슬기로 이루시어 세상이 당신의 조물들로 가득합니다.’는
말씀이 있습니다.
세상 모든 것에는 하느님의 지혜와 슬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습니다.
사람은 세상을 보고
‘이것은 이렇게 만들고, 저것은 저렇게 만들면 좋았을 텐데.’라는 나름대로의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우리 생각 저 너머에 계십니다.
사람의 생각을 뛰어넘는 하느님을 알고, 온 세상을 움직이시는 주님을 깨닫게 되면,
하느님께 대한 감사와 찬양과 고개 숙임이 절로 일어날 것입니다.
사람의 작은 머리에 온 우주를 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느님에 대해 많이 아는 것 같지만,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먼지보다 작고,
주님 손바닥 위에서 맴돌 뿐입니다.
또한 살다보면 많은 어려움과 아픔이 있지만,
그 안에도 하느님의 역사하심이 있고 작은 것 하나에도 주님의 손길이 있으니,
어려움과 아픔 앞에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주님께서 당신 슬기로 세상을 이루시어 세상이 당신의 조물로 가득합니다.’는 말씀을
깊이 새기고, 주님을 더 의지하며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