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 연중 제22주일)

 

너는 나에게 걸림돌이다.”

 

지난 주일 우리는 시몬 바르요나가 주님께 베드로, 즉 반석이라고 불리는 대목을 들었습니다. 또 베드로는 천부당만부당 천국의 열쇠까지 얻게 되는 특은까지 입게 되지요.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됩니다. 예수님을 메시아라고 신앙 고백한 베드로지만, 오늘 베드로는 주님께 반석이 아니라 걸림돌이라는 핀잔을 듣게 됩니다.

 

왜 그랬을까요? 주님의 수난과 죽음 예고 때문입니다. 베드로는 메시아의 영광에만 집중했지만, 메시아가 걸어가야 할 십자가의 길은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얼마나 베드로가 주님께 반기를 들었는지는 복음서를 직역해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러자 베드로가 예수님을 꼭 붙들고 반박하기 시작하였다.”(마태 16, 22)는 구절은 원래 그러자 베드로가 예수님의 멱살을 부여잡고 흔들어 대며 반박하기 시작하였다.” 입니다. 요즘 교권이 무너져서 학생이 선생님에게 욕설과 폭력을 가한다는데 예수님 역시도 제자한테 봉변을 당한 꼴이군요. 이제 베드로의 본심이 드러났습니다. 베드로는 스승의 뜻을 헤아리기 보다는 자신이 생각하는 메시아 상에 집착해서 스승을 오히려 가르치려 든 교만한 제자가 되어 버렸고,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스승에게 화를 내고 길을 가로막는 무례한 제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자 주님께서 베드로에게 사탄이라고 호통을 치십니다.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나에게 걸림돌이다.” 여기서 내게서 물러가라.’는 구절을 직역하면 내 뒤로 돌아가라.’ 입니다. 제자가 있어야 할 곳은 스승의 뒷자리입니다. 실제로 공생활 전도여행을 하면서 주님이 맨 앞에 서시고, 그 뒤를 제자들 무리가 따랐습니다. 제자가 감히 스승 앞에 설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제자가 감히 스승의 뜻을 가로막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도 이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 주님께서는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마태 16, 24)하고 말씀을 이어가십니다. 우리는 항상 스승의 뒤를 따르는 제자들입니다.

 

잘 알려진 일화입니다. 친가톨릭적인 작가이신 이현주 목사님 이야기입니다. 한 번은 목사님이 천주교의 피정을 알고 싶어서 피정의 집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신자들이 피정의 집 둘레의 십자가의 길 14처를 도는 것을 보게 되었답니다. 게다가 실제로 큰 십자가 형틀을 지고 각 처마다 순번대로 교대하는 것을 보고, 십자가의 길이 궁금해 몰래 뒤를 따라갔더랍니다. 그런데 레지오 팀에서 어느 누가 다음은 형제님 차례입니다.’하고 십자가를 넘기길래 모른 척하고 십자가를 받아지고 가는데, 갑자기 눈물이 흐르더랍니다. “, 주님께서 항상 내 뒤를 따라오라고 했는데, 나는 목사직에 취해 주님 앞에 서서 주님께서 저를 따라오십시오했구나.”

이제 결론입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우리가 정녕 버려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나의 집착과 욕심, 이기심과 분노. 또 내가 져야 할 십자가는 무엇입니까? 묵상해 보면 여러 가지가 떠오를 것입니다. 내가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고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내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가 아닐까요?

 

제대 우편에 걸린 순교자 성월 현수막을 보아주십시오. 103위 순교성인화 위로 그렇소. 나는 천주교인이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이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께 박해자들이 문초하면서 당신은 천주교인이오?’라고 했을 때 당당히 자신의 신원을 밝히고 신앙을 증언한 대답입니다. 이 땅의 모든 순교자들은 단지 영웅심리로 천상 월계관을 받으려고 순교하지 않았습니다. 놀랍게도 그들은 자신을 박해하는 사람들을 미워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들을 위해 기도했고, 진심으로 용서했으며, 그들의 죄를 대신 사죄하였습니다. 순교자들은 모두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랐던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순교자들의 후예들입니다. 지금은 적색 순교의 시대가 아닙니다. 천주교 신자라는 이유 때문에 잡아들이고 고문하고 죽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백색 순교가 절실한 시대입니다. 피 흘리지 않지만 우리는 충분한 희생과 보속으로 순교 정신을 이어가야 합니다. 순교 정신의 첫 번째는 용서입니다. 아직 우리 안에서 자신의 아집과 자존심 때문에 형제자매를 용서하지 못하는 분들은 없지 않나요?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나에게 걸림돌이다.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사탄이 멀지 있지 않습니다. 결국 용서하지 못하는 내 마음이 사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용서를 자신이 짊어져야 할 십자가로 받아들이고 주님을 따라야 합니다. 이제 잠시 주님께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할 수 있는 힘과 은혜를 청하면서 나의 상처를 주님께 봉헌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