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8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에서 가장 가난한 이들의 벗으로 살았던 벨기에 태생의 엠마뉘엘 수녀가 81세부터 96세가 되기까지 썼던 책 『아듀』에 나오는 한 장면입니다. 어느 날 엠마뉘엘은 중증 정신 장애자들을 보호하고 있는 한 병원에 갔습니다. 한 여성의 안내로 병원을 둘러보던 그는 도무지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 얼굴의 한 남자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의 모습은 흉측했고 비뚤어진 입에서는 침이 흘러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안내자는 두 팔을 덜렁거리고 있는 그 환자의 긴 몸뚱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두 팔로 안아 일으켜 가슴에 꼭 안았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뭔가 생명의 섬광 같은 것이 그의 둔한 얼굴선 위를 살짝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그러자 안내자의 얼굴이 환해지더니 기쁨에 찬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어머! 자기가 사랑받고 있다는 걸 지금 느꼈나 봐요!” 그리고 그녀는 아주 부드럽게 속삭였습니다. “세상에! 이제, 잘생긴 귀공자가 되었네!” 잠시 후 그 안내자는 엠마뉘엘에게 말했습니다. “난 내 생각을 하고 있을 틈이 없어요. 여기 있는 사람들은 한 명 한 명 모두가 내 사랑을 필요로 하고 있거든요.”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얼굴에서는 빛이 나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품에 안겨 입을 벌리고 있는 남자는 빛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더러운 침이 아니라 그것은 빛이었습니다. 엠마뉘엘은 그 광경은 세상을 초월한 장면이었다고 말합니다. 그 장면이 오랫동안 엠마뉘엘의 삶을 비추는 빛이 된 것입니다(엠마뉘엘, 『아듀』, 오래된 미래, 355-7).
타볼산에서의 주님의 거룩한 변모를 기념한 우리는 타볼산이 이스라엘이라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말씀을, 그리고 그분의 사랑을 귀가 아니라 몸으로 듣고 체험한 사람들은 변화된 사람들이며 세상을 빛으로 바꾸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몸으로 체험한 그 사랑으로 형제자매의 얼굴에 생기를 불러일으키는 주님의 빛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수난의 골짜기 속에서도 환하게 빛났던 주님의 얼굴처럼, 우리의 삶이 힘들고 어렵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내면에서 비쳐 나오는 빛으로 우리 주변을 밝히는 한 점 불빛이 되어주는 아름다운 한 주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