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769호 2023. 8. 6 
글쓴이 손삼석 주교 
아직도 방송미사로
주일미사 참례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십니까?
 


 
   + 찬미예수님
 
   사랑하는 부산교구 형제자매 여러분! 무더운 날씨에 잘 지내시지요? 정치, 경제, 사회, 기후 변화 등으로 우리에게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습니다. 교구민들께서 주님의 사랑으로 힘든 여정을 잘 헤쳐가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아직도 코로나가 완전히 끝나지 않아 여전히 불안하고 걱정입니다. 2020년 초에 발병한 코로나는 3년 이상 지속되면서 전 세계를 초토화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만 3,135만 명이 감염되었고 3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하늘 나라로 가셨습니다. 모든 면에서 다 어려웠고, 우리 교회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우리 교구민들께서는 교구와 본당을 위해 영적으로 또 물적으로 도와주셨기에 교구와 본당은 큰 어려움 없이 잘 지낼 수 있었습니다.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코로나 시기에 교우들께서는 미사에 참례하고 싶어도 하시지 못했습니다. 모두들 미사 참례와 영성체를 아쉬워하고 목말라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 교구뿐 아니라 전국, 아니 전 세계적으로 궁여지책으로 대면미사를 방송미사 등 비대면 미사로 대체했습니다. 그 위기의 시대에 다른 방법이 없었고,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 교우들이 신앙의 끈을 놓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 방송미사가 교우들의 신앙에 많은 도움이 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방송미사에 대해서 비판적인 의견들도 많았습니다. 올해(2023년) 우리나라를 방문해 여러 곳에서 강의를 한 체코의 사제요 신학자인 토마시 할리크(Toma? Halik)는 2020년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때 “질병의 시대에 그리스도교”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가 미사 중단 기간에 인터넷이나 방송으로 미사성제를 생중계하는 식으로 재빨리 인위적인 대체수단에 의지하는 것은 그리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 “가상(假想) 신심” 혹은 “TV미사나 인터넷 미사”로 방향을 바꾸어 화면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은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 차라리 우리가 예수님의 다음 말씀을 따르는 것이 더 낫다. “내 이름으로 둘이나 셋이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겠다.”(마태 18,20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방송미사로 주일미사를 대체했고 방송사에서는 자막으로 미사 지향을 내보냈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아직 코로나의 기세가 여전히 남아있지만 이전보다는 상황이 많이 나아졌습니다. 모든 삶이 거의 정상적으로 돌아왔고 ‘대면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아무런 제한 없이 미사에 참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방송미사에 익숙한 몇몇 교우들은 아직도 이 미사를 선호하고 있는 듯합니다. 우선 ‘편리성’ 때문에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당 미사에 가기 위해 굳이 많은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고, 가정에서 주일미사 시청이 가능하며, 언제든 편리한 시간에 주일미사를 시청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미사로 주일미사 참례의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방송미사 시청이 주일미사 참례일까요? 그야말로 노력과 희생 없이 은총의 열매만 받으려는 것입니다.
 
  지금도 방송사는 미사 시간과 주례 사제까지 공표하면서 신자들의 방송미사 시청을 독려하는 듯합니다. 이미 전국주교회의에서 이에 대한 부당성을 제기한 바 있지만 지금까지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거기에 호응해서 방송미사로 주일미사를 대체하고 미사예물까지 보내는 교우들의 마음은 무엇인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물론 여러 이유로 거동이 불편하거나 환자를 돌보아야 하는 분들에게 방송미사는 가능하고 큰 도움이 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방송미사를 스튜디오에서 드라마처럼 제작해서 내보내는 것은 성사론과 전례학의 관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 대신 다른 본당의 미사를 생중계하든지, 그것도 어려우면 한 본당의 미사를 녹화해서 방송하는 것이 물리적인 이유 등으로 미사에 참례할 수 없는 교우들을 위한 방송국의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타 교구 방송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권한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글을 쓰기까지 저는 수없이 망설이고 생각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방송사나 타 교구를 비난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달라지지 않는 방송미사를 저로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고, 신앙의 도리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적어도 우리 교구민들께는 알려드려야 하겠다는 마음으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을 지내면서 방송미사에 대한 우리의 사고도 변화를 가져왔으면 하고 바랍니다. 우리 교구의 주보이신 ‘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 교구와 여러분을 맡겨드립니다.
 
   부산 교구민들께서는 다음 사항을 꼭 지켜 주시기를 바랍니다.  
 
●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분이 방송미사로 주일미사 의무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  방송미사에 미사지향이나 예물을 보낼 수 없습니다.
 
 
2023년 8월 6일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에
손 삼 석 요셉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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