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6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지나간 세기의 유명한 무신론자 중에 로버트 잉거솔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어느 날 무신론 강의 도중 탁상에 시계를 꺼내 놓고 “내가 하느님께 5분간만 시간을 주겠다. 내가 5분 동안 하느님을 저주할 터인데 그동안에 나를 죽이기를 바란다. 내가 만약 죽지 않는다면 하느님은 없거나. 있어도 실패자에 불과하다”라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5분이 지난 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자 인간이 승리자요. 신은 실패자라고 외쳤습니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신앙인 테오도르 파커는 빙그레 웃으면서 이런 흥미 있는 말을 했습니다. “과연 하느님이 실패한 것이겠습니까? 오래 참으시는 하느님의 인내를 5분간으로 단축을 시켜 보려고 한 잉거솔의 시도가 패배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옳습니다. 주께서는 오래 참고 기다리시는 분입니다. 주일 복음에서 가라지와 밀을 수확 때까지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는 밭 주인의 마음은 바로 우리가 좋은 밀이 되도록 끝까지 참아주시는 주님의 마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물론 양이 길을 잃어버린 것은 양의 실수입니다. 우리가 잘못해서, 교만해서, 버릇이 없어서 이리저리 부딪치고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하느님은 우리 잘못 때문에 구원을 포기하거나 사랑을 유보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우리를 찾으시고 우리를 기억하시고 우리를 구원하기를 원하십니다. 물론 죄인 가운데는 스스로 회개하고 돌아올 가능성이 있는 죄인도 있습니다. 탕자가 되어 주님을 떠나 인간적으로 살고 죄에 빠져 괴로워하다가도, 마지막에는 하느님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죄인들을 위해 하느님께서는 문을 열고 밤이나 낮이나 기다리십니다. 물론 스스로는 절대로 죄 가운데서 빠져나올 수 없는 그런 죄인도 있습니다. 이런 죄인들을 위해서 목자이신 주님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십니다. 우리를 만나기 위해 예수님은 2000년의 세월을 거쳐 여기까지 찾아오셨습니다. 우리의 회개를 위해, 좋은 밀이 되도록 참아주시는 주님께 감사드리며, 그 주님을 본받아 우리도 이웃들에게 조금 너그러우며, 그들이 가라지가 아니라 좋은 밀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하며 참아주는 그런 아름다운 한 주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