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16주일
✠ 마태오복음 13,24-43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30)
밀과 가라지가 함께 자라도록 두라고 오늘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싹이 어린 시기에는 가라지는 밀과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자라난 다음에는 그 뿌리가 밀과 깊이 뒤엉켜 있어서 가라지를 뽑으려다 밀을 뽑기 십상입니다.
역사속에 그리고 우리 각 사람 속에 하느님은 정성스럽게 좋은 씨를 뿌리십니다. 이 하느님의 말씀의 씨앗이 우리 안에 자라는 데는 언제나 방해꾼들이 있습니다. 이 방해꾼들은 우리 밖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교회 공동체 안에도 우리 각자의 마음 안에도 있습니다.
우리는 교회 공동체가 아무런 결함없이 순수하고 완벽하기를 바라지만 원수는 교활하게도 악을 심어 놓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안에 그리고 우리 주위에 있는 가라지를 뽑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게 되지요. 한데 많은 피해는 악을 뽑아내려다 일어나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악에 대한 승리는 마지막 날에야, 그것도 하느님의 업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우리 자신과 다른이들의 악들 보게 될 때 자비와 용서로 바라보며 인내해야 할 때입니다. 심판은 하느님 몫입니다.
그리고 악은 선을 파괴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선의 완전한 승리를 도와줍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믿는 이에게는 모든 것(악까지도)은 선을 이루기 때문입니다.(로마 8,20)
선은 우선은 보잘것 없게(겨자씨와 누룩) 보이고 여러가지로 방해를 받을 뿐 아니라 악과 뒤섞여 있습니다.(로마7, 14-25) 하느님의 백성은 언제나 성인(聖人)이며 동시에 죄인입니다. 아니 성인일 때 보다 죄인일 때가 더 많습니다.
오늘 복음의 첫번째 비유는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선 그리고 악, 이 두 가지 씨가 뿌려지는 얘기 24-26
2. 제자들의 질문과 가라지는 '원수가 뿌리 씨'라는 예수님의 대답이 들어있는 27-28a
3. 인간의 제안과 그와 정반대되는 하느님의 제안 28b-30 : "그것들을 거두어 낼까요?"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
두번째 비유는, 첫 비유와 그 비유에 대한 해설과 결론 사이에 끼어 있는데 기다리고 인내해야할 시기, 종말 이전의 마지막 시기에 해야할 우리들의 일에 대한 비유입니다.
곧, 꾸준히 선을 뿌리고 심는 일입니다. 우리의 선행이 작고 보잘것 없어 보이겠지만 그 힘은 대단할 것입니다.(겨자씨와 누룩)
예수님께서는 오늘도 좋은 씨를 뿌리십니다. 여전히 교회는 안팎으로 악의 유혹에 말려듭니다. 우리는 폭력적으로 악을 뽑아내려는 유혹을 받지만 선으로 악을 이겨내도록 부름을 받았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 안에서, 형제들 안에서 보게 되는 죄악을 단죄하기 보다는 자비로 대하도록 부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악에 시선을 집중하기 보다는 선을 심고 발견하는데 집중해야겠습니다. 기도 역시 반성은 짧게 감사는 길게 드려야 우리 안에 긍정의 힘, 선의 힘이 자라난다고 생각됩니다.
나의 추수 때가 임박해 있는지 모릅니다. 아무도 그날과 그 시간은 모릅니다.(마태 24,36) 그 추수 때를 깨어 기다리는 최고의 방법은 선을 키우는 일이라고 오늘 복음은 얘기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