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훈화
연중 제15주간-성모승천대축일

이관배 스테파노 신부

이관배 스테파노 신부는 1990년 수원가톨릭대학교를 졸업하고 1992년 사제서품을 받았다. 1997년 로마 라테란대학교 교회법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미리내 천주성삼 성직수도회 총장을 맡고 있다.


연중 제15주간(7월 16-22일)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

이번 주일 복음은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에 관한 말씀이다.
좋은 수확을 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씨앗이 좋아야 하고, 둘째로 땅이 좋아야 한다. 그런데 하느님의 말씀인 씨앗은 언제나 좋은 것이니 문제 될 것 없고, 남은 문제는 땅이다. 하느님은 이사야서를 통해서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 내리는 눈이 하늘로 되돌아가지 않고 땅을 흠뻑 적시고 싹이 돋아 자라게 하며 씨뿌린 사람에게 씨앗과 먹을 양식을 내주듯이 내 입에서 나가는 말도, 그 받은 사명을 이루어, 나의 뜻을 성취하지 아니하고는 그냥 나에게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씀하신다. 하느님 말씀의 위력은 대단하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있고 힘이 있으시어 어떤 쌍날칼보다도 날카롭습니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영혼과 정신을 갈라놓아 관절과 골수를 쪼개어 그 마음 속에 품은 생각과 속셈을 드러냅니다. 피조물치고 하느님 앞에 드러나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하느님의 눈 앞에는 모든 것이 다 벌거숭이로 드러나게 마련입니다.”(히브4,12-13)
오늘 복음은 한 차원 더 높은 진리로 우리를 초대하여 이사야서를 완성시킨다. 즉 하느님의 말씀은 그 자체로는 한결같이 전능을 지니셨지만 인간은 자유의지에 의해 이를 순종하느냐 거부하느냐에 따라 수확의 많고 적음이 판가름 난다. 즉 그 마음 밭이 어떠냐에 따라 수확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복음은 마음 밭을 1) 길바닥과 같은 피상적인 마음, 2) 자갈밭과 같은 완고한 마음, 3) 가시덤불과 같은 세상 걱정으로 가득 찬 마음, 4) 하느님의 말씀에 귀 기울여 듣고 실천하는 옥토와 같은 마음으로 나눈다.
그러면 우리 마음은 과연 어떤 땅에 해당하는가? 가장 비옥한 땅과 같은 마음은 바로 성모 마리아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성모님은 하느님 말씀을 받아들이고, 마음에 새기고, 잉태하여 세상에 낳아주셨다. 육화된 말씀인 그리스도를 세상에 낳아주신 성모님은 가장 비옥한 마음을 지닌 분이다. 하느님의 말씀이신 그리스도는 오늘도 좋은 땅을 찾고 계신다. 우리 모든 신자는 성모님을 닮아 하느님 말씀을 목말라하고, 그를 사랑하고 말씀을 듣고자 애태우고, 깨닫고자 노력하고 또한 그 말씀을 우리 삶에 적용시켜 나감으로써 30배, 60배, 100배의 수확을 거두자.


연중 제16주간(7월 23-29일)
밀과 가라지

하느님이 전능하시다면 왜 악을 허용하실까? 하느님이 피조물에게 주신 최대 선물인 자유의지를 남용한 천사가 타락하여 악마가 되었고, 인간은 그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 자유의지를 잘못 사용하여 악을 저지르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악에 대한 책임은 하느님이 아니라 자유의지를 잘못 사용한 인간에게 있다. 그러면 왜 하느님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셨을까?
만일 인간이 무조건 하느님을 공경하고 선행을 할 수밖에 없는 상태로 만들어졌다면 그러한 선행에 상을 줄 필요도 없다. 인간이 악을 선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을 택한 자유의지의 선용에 대한 상급이 천상상급이요, 포상인 것이다. 여기서 죄의 신비에 대해서도 묵상할 필요가 있다.
아담의 원죄 탓에 하느님의 아드님이 세상에 오셨고, 그를 통해 세례성사를 받은 우리는 아담이 누리지 못했던 하느님 자녀의 신분으로 격상된 것이다. 그래서 “오 복된 탓이여!” 하고 죄로 인하여 더 좋은 선물인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받게 되었다고 외치는 것이다. 그러면 이 악을 언제까지 하느님께서 허용하실 것인가? 성급한 마음에 당장 가라지를 뽑아버리고 싶지만, 하느님은 “아서라, 가라지를 뽑다가 밀까지 뽑으면 어떻게 하겠느냐? 추수 때까지 내버려 두어라.” 하신다.
여기서 생각해야 할 것은 밀과 가라지의 변형 가능성이다. 농사와 달리 영혼 농사에서는 자유의지라는 비료 덕분에 가라지가 밀로 변화될 수도 있고, 밀이 가라지로 탈바꿈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느님은 악인이 뉘우치고 선인으로 돌아서기를 끝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려주신다. 성령께서는 바로 이 때문에 악에 기울기 쉬운 우리를 대신하여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깊이 탄식하시며 하느님께 간구해주시고, “인간이 연약하여 죄를 지었어도 회개할 기회를 주시어 당신 자녀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신다.”(지혜 12,19) 그래서 인류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은 발현지에서마다 “죄인들의 회개를 위해 기도하라”고 당부하시는 것이다.
선인과 악인의 최종적인 판결은 추수 때에, 즉 세말에 가서 확연히 드러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추수 때가 언제인지 모른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항상 깨어 있어야 하며 슬기로운 다섯 동정녀처럼 등불에 기름을 채워서 들고 있어야 한다.


연중 제17주간(7월 30일-8월 5일)
진정한 보물을 얻기 위해

남의 밭에서 일하다가 땅속에 묻힌 보물을 발견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을 말없이 그냥 갖는다면 절도죄가 될 것이다. 그래서 얼른 도로 땅에 파묻고는 재산을 모두 팔아 그 밭을 사는 것이 현명하다. 그 보물은 자기 전 재산보다 훨씬 크기에 재산을 다 파는 결단을 한다.
오늘 1독서에서 솔로몬은 “너에게 무엇을 해주면 좋겠느냐?”라는 하느님의 질문에 ‘명석한 머리’를 달라고 청한다. 명석한 머리란 지혜요, 지혜는 곧 하느님 자신을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솔로몬이 구한 지혜는 결국 하느님을 구한 것이 된다. 그러자 하느님은 솔로몬을 칭찬하시며, “네가 장수나 부귀나 원수갚는 것을 청하지 아니하고 이렇게 옳은 것을 가려내는 머리를 달라고 하니 자, 내가 네 말대로 해주리라. 이제 너는 슬기롭고 명석하게 되었다. 너같은 사람은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으리라.”하고 축복해주신다.
우리가 온 세상을 다 얻는다 해도 하느님의 나라를 얻지 못한다면 모든 것을 얻지 못한 것과 같다. 그러나 하느님 한 분만 얻게 되면 모든 것을 다 얻게 되는 것이다.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세관장 자캐오(루카 19,1-10)는 우연히 주 예수님을 만난 뒤로 인생이 180도 바뀌게 되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자기 재산의 반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주겠다고 했으며, 자기가 속여먹은 것이 있다면 네 갑절을 갚아주겠다고 맹세한다. 즉 예수님 때문에 하느님 나라의 보물을 발견하고 자신의 재산을 아낌없이 내어놓았던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된 보물을 얻기 위해 자신의 생애를 희생했는지 모른다. 바오로 사도도 ‘내게는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이 무엇보다도 소중합니다. 내게는 그리스도가 생의 전부’(필립1,21-공동번역)라고 했으며 그리스도를 위해서는 세상 모든 것을 쓰레기로 여겼다고 하였다. 수많은 성인성녀들이 진정한 보물을 얻기 위해서 자신의 인생을 아낌없이 팔았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하느님께서 먼저 그렇게 하셨다. 하느님은 우리 인간을 최대의 보물로 여기시고 당신의 외아들까지 희생 대가로 팔아넘기시고 우리를 사셨다. 즉 그리스도의 고귀한 피값을 치르시고 우리를 사셨다.
그러면 우리의 보물은 무엇인가? 진정한 보물은 하느님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하느님 한 분만으로 만족한 증인들이 교회 역사에 찬연히 빛나는 성인 성녀들이다.


8월 6-12일(연중 제18주간)
주님의 거룩한 변모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복음에서 주님은 타볼산이라는 세상과는 동떨어진 높은 곳으로 올라가시어 기도하시는 동안에 “모습이 변하고 그 옷이 눈부시게 빛났다.”라고 한다. 그때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세와 엘리야는 구약을 대표하는 인물들로, 모세는 당신 백성의 영도자로서, 엘리야는 예언자의 대표로서 예수님이 메시아임을 증언하는 것이다.
그런데 모세와 엘리야와 함께 나눈 대화의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뜻밖에도 그리스도의 죽음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때는 우리가 영광을 받을 때가 아니요, 십자가를 질 때요,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채워드려야 할 때”라고 준주성범에서 말씀하고 있다.
때때로 타볼산은 우리가 그리스도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또 하느님 나라에 대한 확신을 위해 필요한 장소요, 시간이다. 그러나 아직은 우리의 처지가 신선과 같은 무릉도원(武陵桃源)의 삶이 아니요,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채워야 할 시간이니, 다 떠나고 남은 스승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길에 그분과 동행하고 정진할 것을 다짐해야 하는 시간인 것이다.
예수님의 변모는 육화되어 세상에 사람이 되어 오실 때의 모습에서 예수님의 본래의 모습인 신성으로 돌아간 것이다.
우리 또한 변화를 추구한다. 현재의 이 모습에서 창조 당시 당신 모상 대로 지으신 후 ‘보시니 참 좋았다’던 그 모습, 곧 원죄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변화가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 안에서 사탄이 뿌려놓은 가라지인 애정과 욕망의 사욕편정(邪慾偏情)들, 7가지 죄성들이 원죄 이전의 깨끗한 모습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하고 저항한다. 여기서 우리가 목표로 삼아야 할 모델은 원죄 이전의 상태를 그대로 보존하고 계신 성모님의 모습이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의 모상으로 변화되기 위해 세속 마귀 육신이라는 자기와의 싸움을 치러야 한다. “우리의 전투 상대는 사람이 아니라, 권세와 권력과 하늘의 악령들이므로 하느님의 무기로 무장해야 합니다.”(에페 6,12 이하 참조)


성모승천대축일, 연중 제19주간(8월 13-19일)
성모 승천은 우리 구원의 희망

6.25 한국전쟁이 발발한 그해 1950년 11월 1일에 교황 비오 12세께서는 성모 마리아는 육신이 부패하지 않고 하늘에 올림을 받으셨다는 신앙교리를 신덕도리로 반포하셨다. 또한 8.15는 우리나라가 1945년 일제의 학정에서 해방된 날이며, 3년 후인 1948년 8월 15일은 건국기념일이기도 하다.
마리아는 천주성자의 모친이라는 특성과 원죄 없는 잉태, 영원한 동정성 등 탁월한 은총을 받으셨지만, 그분의 지상 생활이 아드님의 십자가상 죽음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애를 충실히 함께하신 공로에 대한 상급으로 주어진 것이 성모 몽소 승천의 특은인 것이다.
마리아 덕행의 탁월함은 아들 예수님의 수난 길에서도, 십자가상 아들의 죽음 앞에서도 신덕을 저버리지 않고 “주님의 종이오니 말씀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Fiat mihi)라는 단순한 기도로써 자신의 뜻을 찾지 않고 아버지의 뜻만을 찾았던 점이다. 이는 예수님께서 겟세마네에서 성부께 “아버지,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이루어지소서.”라고 하신 기도와 같은 기도였다.
또한 마리아의 일생은 겸손과 봉사와 사랑의 길이었으며, 그분의 영광스러운 승천은 진정 우리 구원의 희망이고 위로이기에 우리의 축제이기도 한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인류의 구원 계획에 있어 먼저 마리아를 택하시어 그분을 통하여 천주성자를 이 세상에 내려오시게 하였고, 아들이신 예수님은 어머니를 하늘로 모셔 가셨다. 마리아의 승천은 우리에게 천국의 영광에 대한 용기와 자신을 갖게 하며 동시에 확실한 희망이다.
성모님은 천상 아들인 예수님으로부터 천상 면류관을 받으셨다. 그런데 지상 자녀들인 우리들은 아직도 성모님께 지상 면류관을 씌워드리지 못하고 있다. 지상 면류관은 바로 온 인류가 성모님을 어머니로 모시는 것이며, 어머니처럼 거룩하게 사는 길이다.
우리는 마리아의 모범을 본받아 매사에 fiat mihi로 응답하며 마리아와 닮은 꼴이 되어 “오필의 금으로 단장한 왕후”처럼 살아가도록 하자.
또한 우리나라 주보이신 성모님은 조국광복과 대한민국 건국을 당신의 축일 선물로 우리나라에 주셨으니 또한 평화통일도 성모님의 선물로 내려주시기를 간구하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04 제 271차 꼬미씨움 평의회 자료(2023-8) file 이재웅안토니오 2023.08.12 39
303 제 271차 꼬미씨움 훈화자료 (강헌철 펠릭스 지도신부 2023-8) file 이재웅안토니오 2023.08.12 53
302 레지아 훈화 2023-8 최재현 베드로 레지아 지도신부) 이재웅안토니오 2023.08.09 50
301 이달의 훈화 (연중 제20주간-제23주간) 레지오 마리애지 2023-8월호-장재봉 스테파노 신부 이재웅안토니오 2023.08.09 76
300 제 270차 꼬미씨움 평의회 자료(2023-7) file 이재웅안토니오 2023.07.08 44
299 제 270차 꼬미씨움 훈화자료 2023-7 (강헌철 펠릭스 지도신부) file 이재웅안토니오 2023.07.07 40
298 레지아 훈화 -2023-7 이재웅안토니오 2023.07.07 35
297 레지오 영성2- 네 아우 아벨은 어디 있느냐?(창 4,9)레지오마리애지 2023-7월호 이재웅안토니오 2023.07.07 6
» 이달의 훈화 (연중 제15주간-성모승천대축일) 레지오 마리애지 2023-7월호 이재웅안토니오 2023.07.07 36
295 제 269차 꼬미씨움 평의회 자료 (2023-6) file 이재웅안토니오 2023.06.09 41
294 제 269차 꼬미씨움 훈화자료 (2023-6)강헌철 펠릭스 지도신부 file 이재웅안토니오 2023.06.09 36
293 레지아 훈화 (최재현 베드로 레지아 지도신부 2023-6) 이재웅안토니오 2023.06.06 28
292 이달의 훈화 (연중 제11주간-14주간) 레지오 마리애지 2023-6월호 이재웅안토니오 2023.06.06 20
291 제 268차 꼬미씨움 평의회 자료 (2023-5) file 이재웅안토니오 2023.05.13 40
290 제 268차 꼬미씨움 훈화자료(2023-5)- 김 무 헨리코 보좌신부 file 이재웅안토니오 2023.05.13 35
289 레지아 훈화자료 (2023-5) 최재현 베드로 레지아지도신부 이재웅안토니오 2023.05.11 28
288 이달의 훈화 - 부활 제7주간-10주간(레지오마리애지2023-5) 이재웅안토니오 2023.05.11 43
287 2023년 근속단원 신청양식 file 이재웅안토니오 2023.05.08 28
286 평의회 활동사항 집계표 엑셀파일 (2023) file 이재웅안토니오 2023.05.06 44
285 제 267차 꼬미씨움 평의회자료 file 이재웅안토니오 2023.04.05 39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8 Next
/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