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부지와 함께하시는 예수님

가톨릭부산 2023.07.05 11:13 조회 수 : 66

호수 2765호 2023. 7. 9 
글쓴이 박재구 신부 

철부지와 함께하시는 예수님



 

 
박재구 신부
성가정성당 주임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를 드립니다.”(마태 11,25) 오늘 예수님께서 당신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여기에서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는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요? 그 당시 기득권을 가진 지방 유지나, 좀 더 가지고, 좀 더 배우고 좀 더 오래 살았다고 어깨에 힘주며 살아가는 사람들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보면서 ‘나이도 어린 것이, 배운 것도 없는 것이, 가진 것도 없는 것이, 세상 물정도 모르는 것이 뭘 안다고 떠들고 있나?’ 하며 세속적인 가치관에 사로잡혀 교만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면 ‘철부지’들은 누구를 말하겠습니까? 혹자들은 성경의 ‘철부지’를 생각 없이 살아가는 철딱서니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는데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성경 원문의 ‘작은 이’라는 단어가 우리말로 옮겨지면서 ‘철부지’라는 단어로 번역이 되었습니다. 이 ‘작은 이’는 많이 가졌든 적게 가졌든, 많이 배웠든 적게 배웠든, 권력이 있든 없든, 나이가 많든 적든 세속적인 가치나 소리에 현혹되지 않고 오직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며 살아가는 사람들 즉 ‘겸손한 사람’들입니다. 이 철부지들은 세속적인 가치관에 빠져 살아가는 지혜롭고 슬기롭다고 하는 교만한 자들로부터 조롱도 받고 손가락질도 당할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뽑은 제자들과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이 철부지들이기에 우리에게는 희망이 됩니다. 지금 나의 부족함은 하느님께 나아가는 데에 장애가 아니라 오히려 그분께 나아가는 통로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부족하기 때문에 더 많은 은총과 사랑을 받고 있으며, 부족하기 때문에 하느님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음을 우리는 잘 알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이러한 철부지들에게 당신을 드러내 보이십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시며 위로와 희망의 말씀을 하십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마태 11,29-30)
   철부지들이여, 똑똑하다는 사람들로부터 조롱과 손가락질 당하는 힘든 일이 있을지라도 하느님 앞에 항상 부족하고 작은 자임을 인정하고 겸손하게 그 부족함을 채워 주시기를 청하며 주님께서 주시는 멍에와 짐을 기쁘게 지고 갑시다. 아멘.
호수 제목 글쓴이
2004호 2009.08.02  생명의 빵 염봉덕 신부 
2005호 2009.08.09  종두득두(種豆得豆) 곽길섭 신부 
2006호 2009.08.15  어머니 마리아, 주님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이영묵 신부 
2007호 2009.08.16  나는 밥이 되고 싶습니다. 차공명 신부 
2008호 2009.08.23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김강정 신부 
2009호 2009.08.27  손을 깨끗이 자주 씻자?? 오용환 신부 
2010호 2009.09.06  에파타 신진수 신부 
2011호 2009.09.11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이세형 신부 
2012호 2009.09.17  감사합니다. 도정호 신부 
2013호 2009.09.24  손과 발과 눈이 죄짓게 하거든… 신동원 신부 
2014호 2009.10.01  천국 맛보기 김영곤 신부 
2015호 2009.10.01  교회의 참다운 기초 강병규 신부 
2016호 2009.10.09  내가 가진 것을 내어놓는다는 것 강헌철 신부 
2017호 2009.10.18  너희는 가서… 최재현 신부 
2018호 2009.10.22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박갑조 신부 
2019호 2009.10.29  행복은 소유가 아닌, 존재 그 자체 박근범 신부 
2020년 1월 19일 연중 제2주일  하느님의 어린양 김두윤 신부 
2020호 2009.11.05  가난한 과부의 헌금 장훈철 신부 
2021호 2009.11.12  이 순간 최선을 다하자 전열 신부 
2022호 2009.11.19  그리스도왕 대축일 김동환 신부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