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주일, 베드로 사도의 직무 묵상
지난 주에 성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 대축일을 지냈고, 그날과 가장 가까운 주일인 오늘 교회는 교황주일로 보냅니다. 오늘 교회는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인 교황과 교회를 위해 특별히 기도합니다. 오늘 교회의 최고 목자인 교황님과 그 직무에 대해 함께 묵상하겠습니다.
우리는 2주 전에 열두 사도들을 뽑으시는 대목의 마태오 복음을 읽고 묵상했습니다. 그 때의 묵상을 잠시 되살리면 좋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를 뽑으시며 그들에게 복음 전파의 사명을 주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이 열두 사도를 통하여 교회를 건설하기를 의도하셨던 것입니다. 이를 사도행전에서 명백하게 알 수 있습니다. 사도행전을 보면, 예수님의 승천 이후에 베드로 사도가 사람들 앞에서 기도하며 마티아 사도를 뽑습니다. “모든 사람의 마음을 아시는 주님, 이 둘 가운데 주님께서 뽑으신 한 사람을 가리키시어, 유다가 제 갈 곳으로 가려고 내버린 이 직무, 곧 사도직의 자리를 넘겨 받게 해 주십시오(사도 1, 24-25).” 베드로 사도와 다른 사도들은 예수님을 배반한 유다의 자리에 마티아를 뽑아 유다의 직무를 계승하고 열두 사도의 자리를 채우게 했습니다. 열둘은 이스라엘 열두 지파를 상징하며, 온 세상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열두 사도를 통하여 온 세상에 복음을 전할 교회를 세우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교회의 제일 앞자리에 베드로를 세우셨습니다.
또한 마태오 복음을 보면, 베드로는 가장 먼저 예수님께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라고 신앙고백했던 사도였습니다. 주님께서는 바로 그 사람 베드로 위에 교회를 세우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요한 복음에서도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베드로에게 세번에 걸쳐서 “내 양을 돌보아라”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처럼 예수님께서는 베드로를 사도들의 으뜸으로 삼으셨습니다. 사도들 가운데 으뜸이라는 이 특별한 지위는 초대 교회 안에서도 명백히 확인됩니다. 사도행전을 보면, 안티오키아 교회에서 유다인이 아닌 사람이 세례를 받을 때, 유다인의 관습을 따라야 하는지 아니면 따르지 않아도 되는지에 대해 논쟁이 일어납니다. 안티오키아 교회는 바오로 사도와 바르나바를 예루살렘의 베드로 사도에게 파견하여 이 문제를 논의합니다. 사도 베드로는 하느님의 구원은 유다인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온 민족에게 주어지고 예수님의 은총으로 구원받는 것이라는 취지의 연설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예루살렘에 사도들이 모여 회의를 할 때에도 베드로 사도의 특별한 지위를 모두가 존중하였습니다.
이후에 베드로 사도는 당시 로마 제국의 수도였던 로마에서 하느님 말씀을 전하다 순교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다른 지역의 교회들은 로마 주교의 으뜸의 지위를 존중하였고, 자기 지역 교회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먼저 로마 주교에게 의사를 타진해 왔습니다. 로마 교회의 주교의 권위는 바로 사도 베드로의 직무에서 나오는 권위였습니다. 베드로 사도가 사도들 가운데 으뜸이었듯이,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인 로마 주교가 다른 모든 주교들 가운데 으뜸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지역의 교회가 로마 교회와 일치하여 있다는 것은 교회 전체와 일치해 있다는 표시이기도 했습니다. 그러기에 오늘날 로마의 주교인 교황은 전 세계 가톨릭 신자의 일치의 상징이며, 신앙의 스승입니다.
한 때, 중세의 어느 시기에 교황의 권력이 세속을 압도했을 때, 교황이 자신의 베드로 직무보다는 세속적 이익을 탐하며 살기도 했습니다. 교황과 교회가 부패하고 무너지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베드로 사도가 세번의 배반에도 불구하고 충실히 주님을 따랐듯이 오늘의 교회는 예전의 잘못에서 벗어나 충실히 신앙을 전파합니다.
마찬가지로 오늘도 역시 우리가 교회 안에서 살아가며, 교회에 대해 실망할 수도 있고, 교회의 약함과 결점들을 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주님께서 베드로 위에 교회를 세우셨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베드로는 주님을 세번이나 배반했던 사람입니다. 약점과 결점이 많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베드로의 약점과 결점은 오늘 우리의 모습이라는 것도 잊어서는 안됩니다. 베드로의 약점과 결점에도 불구하고 그의 직무는 소중한 것이며, 우리들의 약점과 결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교회 안에서 일치를 이룰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서로의 약점과 결점을 보완하고, 서로 사랑하며, 하나의 공동체를 이룰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교회를 비판하기 보다는 교회를 더 사랑할 수 있도록, 교황에서부터 평신도에 이르기까지 우리 모두가 우리의 사도적 직무를 성실히 수행함으로써 더욱 거룩해질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이런 우리의 마음과 기도를 모아, 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