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바디스 도미네 영화의 한 장면에서 사도 베드로가 박해를 피해 로마를 떠나고 있을 때 예수님의 환영을 보게 됩니다. 베드로 사도가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십자가에 다시 못 박히러 로마로 간다.”라는 예수님의 대답에 베드로 사도는 자신의 피신을 뉘우치며 로마로 다시 돌아가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를 하게 됩니다. 교회의 반석으로 뽑혔던 첫 번째 교황 베드로 사도의 모습을 묵상하며, 교황 주일을 맞이하여 제266대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생각해 봅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기에 이라크를 방문하여 아브라함의 고향 갈대아 우르를 순례하면서 말씀하십니다. “아브라함은 유다인들에게 있어서 신앙의 아버지요,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신앙의 아버지, 이슬람인들에게도 신앙의 아버지입니다. 신앙에 있어서 우리는 모두 한 형제입니다. 이라크 안에서 그리스도인들과 평화롭게 살 것을 부탁합니다.” 하나 되기를 바라시는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 코로나와 테러의 위험을 무릅쓰고 사목 방문을 하시는 교황님의 모습에서 십자가를 지고 가신 예수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올해 성유 축성 미사 강론에서 주교님께서는, 교황님께서 하신 사제와 신학생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소개하셨습니다. 즉, 양의 냄새를 잃지 않고 사제 직무를 수행하는 방법에 대한 질문의 답변으로 하느님과 주교, 동료사제와 하느님 백성과의 친밀한 관계를 통해 참 사제의 모습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들으면서 교황님께서는 현대 교회의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시노달리타스 정신의 실천에 대한 메시지를 통해 참 사제의 길을 제시하셨음을 깨닫게 됩니다.
삼중관을 쓰신 교황님의 화려함의 내면에는 전쟁과 기아에 시달리는 가장 보잘것없는 하느님 백성에 대한 측은한 시선으로 가득 찬 교황님의 고뇌가 있습니다. 교황 주일을 맞이하여 가난한 이웃에게 내미는 교황님의 손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전 세계 교회는 정성되이 봉헌의 대열에 함께 합니다. 또한 그리스도의 대리자요,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인 교황은 로마의 주교요, 바티칸 시국의 원수이며, 세계 주교단의 단장으로 현세 교회의 통괄적 사목자입니다. 이것은 한 인간이 짊어져야 할 직분에 대한 책임이 얼마나 크고 힘들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그래서 교황 주일을 지내며 우리는 모두 교황님을 위해 하느님께 기도드리는 시간을 가집니다.
주님! 프란치스코 교황님에게 힘과 지혜를 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