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 그 귀하다는 ‘아이들 노는 소리’를 듣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아이들은 여전히 명랑하고 활달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언덕길 도로엔 성당도 있지만 음식점들도 모여 있어서 때론 기대하지 않았던 소리도 크게 들립니다. 딩동, 딩동 “ㅇㅇㅇ ㅇㅇ 주문!” “ㅇㅇㅇ 주문! ” “… 주문!” 몇 달 만에 제 귀에도 익숙해졌으니 저보다 이곳에 오래 산 아이들에겐 너무도 익숙한 소리겠지요. 명랑한 아이들이 놀이의 추임새처럼 다 같이 외칩니다. “ㅇㅇㅇ ㅇㅇ 주문!”
어린 시절을 떠올립니다. 그때도 아이들은 활달했고 온갖 놀이와 더불어 가끔은 함께 노래도 불렀습니다. 동요도 생각나지만 학교에서 자주 가르친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로 시작하는 노래를 부르던 장면도 기억납니다. 무슨 거창한 애국심의 발로는 아니었지만 그저 익숙한 노래였고, 괜히 그래야만 할 것 같은 비장함도 고명처럼 올라 있는 노래였습니다.
‘마음이 하나 됨’ 혹은 ‘같은 생각을 가짐’을 뜻하는 ομονοια(호모노이아)란 말이 ‘일치’로 번역된 집회서의 한 부분(25,1)을 필사하면서 화해와 일치는 순차적으로 이루어질 별개의 현실이 아니라 동시적이고 상호 인정을 전제로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의 결이 같아야 화해를 모색하게 되고, 화해할 자세가 되어 있어야 일치에 도달할 가능성이 커지겠지요.
이젠 드디어 통일의 길에 들어서는가 싶은 때도 있었지만 요즘 다시 ‘힘에는 압도적인 더 큰 힘으로’를 외칩니다. 남북이 공멸하고 긴 유배를 당한 후에야 한 민족으로 남아 한 나라로 돌아온 이스라엘의 불행한 역사를 생각하며 언젠가 이루어질 통일의 날을 ‘희망이 없어도 희망’(로마 4,18)합니다. 진정한 평화를 추구하는 인물이 세워져 통일을 이룰 때까지 남북이 공존할 수 있도록 ‘평화의 군왕’(이사 9,5)이신 메시아께서 함께 해 주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