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의 길
조광우 신부
노동사목 부본부장
cathlabor@naver.com
여러 본당에서 어버이날 맞이 행사가 이루어지던 지난 5월 7일, 저희 노동사목에서도 노동자의 날을 맞이하여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체육대회가 있었습니다. 이 행사에는 필리피노 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부산 영어 공동체와 양산 영어 공동체, 부산 동티모르 공동체가 참여하여 90여 명이 모였습니다. 또한 외부에서 몇몇 봉사자들이 참여하시어 큰 도움을 주셨지요.
지난 코로나 기간은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지만 이주노동자들에게는 더욱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사회적으로 외국인들을 향한 적대적 시각이 강화된 시기였고, 그 덕분에 신앙생활 역시 한국인 공동체보다 더 조심하고 더 자제해야 했지요. 긴 시간의 억눌림이 풀린 탓인지 이주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은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큰 열정으로 체육대회에 참여하였습니다. 특히 젊은 남성들이 많았던 동티모르 친구들은 체육관을 뜨겁게 달굴 만큼 열심이었지요.
서로 언어가 통하지 않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직원들도, 중간에서 도와주시는 봉사자들도, 그리고 참여하는 이주노동자들도 서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조금씩 시간을 더 투자하여 설명하고, 손짓 발짓과 시범을 섞어가면서 소통하였습니다. 외국어가 되지 않는 봉사자들을 걱정하였지만, 언어를 넘어서는 인간적 소통으로 교류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소통은 언어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소통 의지와 마음의 문제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우리 사회를 차갑게 얼리고 있는 중요한 주제가 소통 악화와 혐오의 문제이지요. 이주민들은 누구보다 그 문제에서 최약자의 자리에 있습니다. 대다수 사람들이 이들을 한국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여기지 않곤 하지요. 하지만 우리 사회를 차갑게 얼리는 그 주제의 해답을 우리는 오히려 이들에게서 발견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겪는 세대 간, 성별 간 차이를 넘어서는 문화적, 인종적 차이점을 이유로 혐오를 받으면서도 혐오로 대응하지 않는 노력, 언어를 통한 교류가 어려우면서도 소통을 이루어 내려는 노력, 본인들이 겪은 부당함에 대한 분노를 한국인 전체에게 대입시키지 않는 노력, 이 모든 것들이 이 땅에서 살아가며 그들이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노력이니 말입니다.
이들을 멀리서 찾아온 우리의 형제자매로 맞이하며, 그들에게서 우리의 미래를 위한 지혜를 찾아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