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 강림 대축일
✠ 요한복음 20,19-23
지난 9일간 날마다 하루에 하나씩 성령의 열매를 함께 청하며 오늘의 성령강림대축일을 준비해왔습니다. 청했을 뿐아니라 날마다 그 은혜를 살려고 다들 노력하셨겠지요! 성령을 선물로 받는다는 사실을 실감나게 느끼지 못하고 그냥 축일을 맞이하고 보내게 될까봐 해본 것입니다.
성령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실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이라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루카복음 11장 13절 참조)
우리 모두 이번 성령강림대축일에는 성령을 새롭게 선물로 받아 신자생활의 아름다움을 더욱 풍부히 느끼며 살 수 있길 기도해요.
1독서에서 사도들이 성령을 받고나자 서로 다른 언어를 말하는 사람들이 아무런 장애 없이 의사소통을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2독서에서는 직분은 여러 가지지만 그 직분의 원천은 같은 주님, 같은 성령이시라고 알려줍니다. 드러나는 것은 여러 가지지만 모두 하나로 모아집니다. 사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끼리도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는 많습니다.
마음이 갈라져 서로 미워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나 사상(思想), 정당을 달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부부, 가족, 친구 사이에서도 이기심, 혹 교만이 끼어들거나 아집에 사로잡히면 의사소통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성령께서 오셔야 하는 순간입니다.
복음에서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 나타나셔서 “평화가 너희와 함께” 라고 인사하시며 제자들에게 당신의 두 손과 옆구리를 보여 주십니다.
예수님께서 주시는 평화는 당신 수난과 죽음으로 얻은 열매임을 가리키십니다. 일찍이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주시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다르다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다시 제자들에게 “평화가 너희와 함께!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21) 이르시고 나서 그들에게 숨을 불어넣으며 용서하는 권한을 주십니다. 용서가 평화의 바탕이라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하십니다. 성령께서 하시는 첫 번째 일, 그리고 예수님의 뒤를 따라 걷는 제자들이 해야 할 첫 직무는 용서라고 말씀해주십니다.
다시 한 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당신의 평화를 당신 목숨으로 주셨고 우리들도 평화의 사도가 되기를 원하십니다. 평화의 사도는 성령을 받아 용서를 전하는 자들이며 벗을 위해 목숨을 내어놓는 자들입니다. 불화가 있는 곳에 화합을, 친교를 가져다주고 주님 이름 아래 모두를 하나로 모으는 자들입니다.
우리가 주님 평화의 사도가 되려면 성령을 가득히 받아야만 합니다. 우리가 있는 곳에도 성령의 바람이 불어와 우리 마음을 가득 채우도록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