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학술회의 '제2차 바티칸공의회 폐막 40주년과 한국교회의 미래전망'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소장 심상태 몬시뇰)가 11월 26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 폐막 40주년과 한국교회의 미래전망'을 주제로 제24차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평신도 신학자인 황종렬 박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학술회의에서 심상태 몬시뇰은 개회사를 통해 “한국교회가 현재 처한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대안을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에서 찾을 수 있다”며 “공의회의 가르침에 비추어 한국교회의 현실을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하려는 취지에서 본 학술회의를 개최한다”고 말했다.

◎제1주제 '한국천주교회 사목과 제2차 바티칸공의회'
     곽승룡 신부(대전교구 사목기획국장)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은 삼위일체 신비의 친교 영성이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교회 안에서 친교영성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한국 사회는 다종교 상황과 다원주의, 물질주의가 특징적으로 나타나며, 포스트 모더니즘의 영향은 신흥영성과 물질주의 현상으로 드러난다. 심각한 상황에 봉착한 한국교회의 해법은 친교 영성에서 찾아야 한다.

미래를 준비하는 사목으로서 통합사목, 공동사목, 동반자 사목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친교 교회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 통합사목은 삼위일체 신비의 친교에 근거를 두고, 공동사목은 하느님 백성 교회론 곧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하느님 백성이 하나가 되어 일치된 사목을 이루는 것이다. 동반자 사목은 성직자 수도자 신자가 함께 하느님 백성으로서 동반자의 관계로서 협력하는 것이다.

친교교회론적 대안으로서 하루속히 준비돼야 하는 것은 평신도 지도자 양성이다. 한국교회의 모든 분야 사목, 영성, 복음화 등에 평신도 전문 봉사자(지도자) 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준비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 평신도 지도자 양성 센터가 설립돼야 한다.

한국 교회와 사목이 공의회의 교회론의 본질, 즉 하느님 백성과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친교 교회론에 바탕을 두고 있어야 함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한국 천주교회 창립 300주년을 향해 가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한국교회와 사목과 영성과 복음화가 토착화를 통해서 그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것이다.

토착화는 신학의 본질, 특히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직시할 때 가능하다. 성직자, 수도자, 신자들이 본당과 교구와 아시아 교회를 뛰어넘는 하나의 교회, 가톨릭의 공번된 사목과 영적인 일을 공동으로 연대해 이룰 때가 왔다.


◎제2주제 '공의회 이후 쇄신된 수도생활 및 평가'
     최혜영 수녀(성심수녀회.가톨릭대 교수)

한국교회는 서구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지난 40년간 최대의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왔고, 이에 비례해 여성수도자들의 숫자도 양적으로 크게 늘었으며 수도회의 숫자도 4배 이상 증가했다.

여성 수도자들은 격변의 한국 사회 안에서 교회 안팎의 긴급한 필요에 응답하기 위해서 사도적 열성을 다해왔으며, 한국교회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장상연합회의 활동만을 보더라도 한국의 여성 수도자들이 시대의 징표를 읽어 세상 안에서 복음의 정신을 실현하고자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를 읽을 수 있다.

수도회들의 공동 협력은 수도자들의 양성 교육을 위해 중요한 원동력이 됐으며 가난한 이들을 위한 연대활동과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함께 노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었다.

지난 40년간 수도자들의 활동이 한국교회사 안에서 큰 족적으로 기억될 것을 의심치 않으나 이제 좀 더 내실을 기해 수도생활이 본질과 의미가 무엇인지 성찰하면서 수도회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카리스마에 충실하도록 내공을 쌓아야 한다. 수도생활의 미래 방향에 있어서, 우선 하느님께 봉헌된 수도자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이 급선무이다. 사명과 역할에 있어서 세상을 초월한 복음의 가치로 세상을 선도하는 역할,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인 선택으로서의 사도직 활동, 그리고 다양성과 철저한 내적 생활로 이끌 수 있는 양성과 교육도 중요한 미래 방향이라고 하겠다.

◎제3주제 '다름의 아름다움을 향하여'
     송용민 신부(인천가톨릭대 교수)

공의회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교회와 세계와의 새로운 관계 규정이다. 타종교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서로 다른 신념과 가치를 표방하는 다종교 사회 속에서 필연적인 여러 종교들과의 관계를 투명하게 규명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자성을 요한다.

공의회의 포용주의적 입장에도 불구하고 일부 성직자와 신자들은 여전히 독선적 배타주의를 버리지 못하고, 일부에서는 종교 상대주의의 도전에 정체성 위기마저 느끼고 있다. 이는 공의회의 '대화' 정신이 더 이상 상호 주체적 대화가 아닌 독백, 타협, 안주의 유혹이 되거나 종교의 '다름'을 '차별'이나 '오류'로 폄하하는 갈등과 혼란의 소지를 여전히 안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교회의 종교간 대화에 대한 이해를 보면, 우선 한국교회가 공의회 정신에 대한 적극적 해석보다는 선교와 정체성 위기 속에서 폐쇄적, 배타적인 로마-서구적 교회를 수호하는데 주력한다. 공의회의 포용주의에 대한 올바른 해석과 수용이 필요하며, 다원주의 시대 속에서 종교 다원성을 인정하면서도 신앙 규범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교회와 이웃 종교들간의 대화문화의 형성을 위해서는 한국 종교인들간의 '나-너'의 열린 대화 문화 만들기에 노력해야 하며, '그리스도인'이기 이전에 함께 '참된 종교인'되기, 그리고 한국인의 '종교적 감각'에서 '토착화된 신앙 감각'을 되찾으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공의회 이후의 시대를 살고 있는 21세기 한국교회는 공의회 정신에 따라서 서로의 다름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의 다름을 차이가 아닌 아름다움으로 볼 수 있는 '마음의 능력'이다.

 

* 출처:가톨릭신문, 2005년 12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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