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약 10년전에 IT업체를 운영하면서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았던 한 기업인이 정치에 입문한 적이 있습니다. 대단한 국민적 관심을 받으면서 말입니다. 험난한 정치 여정을 거치면서 그분의 좋았던 이미지는 이미 다 갉아먹혔고, 이제는 그냥 흔한 정치인중 한명정도의 인지도로 내려왔는데, 저는 우연히 그분의 10년전 정치에 입문하기전 얼굴을 보고, 지금의 얼굴과 비교해 봅니다. 그렇게 온화한 얼굴, 맑은 눈동자, 선한 눈매 등 10여년전 그분의 모습과 비교되는 화가난 얼굴, 짙은 눈썹, 찡그린 인상 등의 지금 얼굴과 비교하며, 그 10년이란 정치세계에서의 그 분의 여정이 과연 그 분에게 어떠한 세월이였는지를 짐작하게 합니다. 중년의 얼굴에게는 그 사람의 지난 세월이 다 쌓여 있는 듯 합니다.
3. 가끔 케이블 방송을 통해 20년전 인기절정의 드라마 재방송을 봅니다. 또 2,30년전 영화를 다시 보곤 합니다. 그때마다 느끼는게 그 당시 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여배우들의 차림새나 화장이 지금 보니 참 어색하고 촌스러워 보일때가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저런 차림이 최신 유행이고, 가장 아름다워 보였을 유행의 최첨단이였을텐데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늘 쫓고, 지향하는 아름다움이란게 시간이 또 지나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는 걸 또 느낍니다. 지금 우리가 갈망하는 그런 세속적인 것의 가벼움을 새삼 알아버리는 기회인 듯 합니다.
4. 아름다운 얼굴이란 아름다운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란 걸 알 나이가 저도 된 듯 합니다. 내가 감사하게 주어진 오늘을 순간순간 좋은 마음을 품고 살아가고, 그 마음이 아주 차곡차곡 쌓였을 때 비로소 그 마음의 거울인 얼굴에 그 세월이 나타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그동안 살아왔던 내 인생 그 자체인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주름이 좀 생겨도, 흰머리가 생겨도 그게 큰 흉이 아닌 것이 분명합니다. 아마 조선시대의 왕들이 어진을 그린 이유도 자신을 먼저 돌아보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5. 요즘 로비에 대형 와이드 세로형 스크린을 새로 달았습니다. 사무실앞 스크린은 일반적인 공지사항을 나타내고, 화장실 옆 스크린에서는 우리 본당의 과거 사진들을 나타낸다는 것이 주임신부님의 기본 구상입니다. 해서 지난달 말부터 과거 본당에서 제작된 사진자료들을 모으고, 편집하고 있는 중입니다. 2006년 임시성전이 우신플라자에 생긴 직후부터 말입니다. 약 1만장 정도의 사진이 모여져 있습니다.
6. 사진을 한 장한장 넘기다 보면 우리 교우님들의 젊은 시절 순간 모습이 나옵니다. 참 감탄스러운 것이 15,6년전 모습도 아름답지만 교우님들의 지금 모습도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단지 나이가 많아짐에따른 노화는 좀 느껴지지만 노화와 아름다움은 별개로 그때나 지금이나 참 표정들이 밝고, 순수해 보입니다. 신앙이 결국 영혼을 맑게 해주는 것이다라는 증거를 이 작업을 통해 느낍니다. 짧지 않은 세월 그 순간순간에는 전혀 알수 없었지만 15,6년의 순간들이 쌓인 걸 보니 이 또한 하느님께서 주신 영원한 삶이 무엇인지를 어렴풋이나마 깨닫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감사해 하고 있습니다.
얼른 사진작업이 완성되어 생각지도 않았던 과거 자신의 순간을 보고 혹시나 감격해 하실 교우님들을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