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6주일
✠ 요한 14, 15-21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수난 전에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고 난 후 남기신 마지막 말씀, 고별사의 일부입니다. 브루노 마쪼니신부의 해설을 인용하면서 묵상을 이어가 보겠습니다.
고별사의 주된 내용은 사랑하라는 계명과 성령 약속입니다. 그러니까 성령에 관한 약속은 사랑이란 주제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약속하시고 아버지께서 보내주시는 성령은 사랑이시며, 이 사랑을 증거하는 것은 예수님의 제자들의 몫이라고 말이지요.
오늘 복음 단락에 여러번 반복되는 사랑하다(Agape)란 동사는 무엇보다도 우리를 위한 예수님의 사랑, 하느님의 사랑을 가리키는 동사인데 오늘은 우리가 예수님께 드리는 사랑을 가리키면서 사용됩니다. 당신 전부를 내어주시면서 우리를 사랑하신 그와 같은 사랑으로 응답하기를 요청하십니다.
그리고 곧 이어서 우리가 그분께 드리는 사랑은 그분의 계명을 지키는 것, 순명하고 따르는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내 계명을 받아 지키는 이야말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21) 이 말씀은 이미 첫구절에 나왔던(15) 말씀입니다.
이 예수님의 계명이란 서로 사랑하라는 것이라고 15장에서 말씀하실 것입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15,12)
예수님의 사랑을 닮은 이 사랑을 우리가 살수 있고 또 살아야하는 까닭은 예수님의 사랑을 보고 알았기 때문이며, 이 사랑이 우리에게 선물로 주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아버지께 청하면, 아버지께서는 다른 보호자를 너희에게 보내시어, 영원히 너희와 함께ᆢ그분은 진리의 영이시다."(16)
그리고 이 사랑은 아버지의 사랑과 만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그에게 가서 그와 함께 살 것이다." (23)
또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드러내시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그에게 나 자신을 드러내 보일 것이다."(21)
우리는 성령강림대축일을 두 주간 앞두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보내실 다른 보호자.."(16) 혹은 '진리의 영'이 누구십니까?
보호자라 번역한 "빠라클리토"는 단순히 보호자일 뿐 아니라 변호인이란 의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성경에서 '고발자'라고 부르는 '악마'에 대칭되는 말입니다.
악마는 우리의 잘못을 들추어 고발하여 우리를 굴욕스럽게 만들고 우리 사이를 이간질하는 자라면 성령은 우리의 잘못을 변호해주고 보호해주시는 분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이 보호자께서 영원히 우리와 함께 우리 안에 계시는 분이십니다. 이분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예수님의 계명을 지켜 그분의 사랑에 머물수 있게 되고 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며 아버지와 예수님과 함께 사는 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세상에 하느님을 보여주는 증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성령을 기다리면서 다음 주 금요일부터(5월19일) 성령의 아홉가지 열매 하루에 하나씩 청해보면 어떨까요?
금요일에 사랑, 토요일에 기쁨, 주일에 평화, 그 다음날에는 인내, 호의, 선의 ᆢ 이런식으로 성령강림축일 전날(토요일)까지 청하면서 날마다 그 은혜를 받은 듯이 행동해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함께 성령의 오심을 준비하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