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3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런던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할머니 한 분이 힘겹게 버스에 오르고 있었습니다. 흰 터번을 두른 시크교인 차장이 할머니를 부축하여 빈자리에 앉혔습니다. 그런데 할머니의 시선은 차장의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버스가 몇 정거장을 지나자 할머니는 내릴 때가 되었고 차장이 다시 할머니를 부축해 드렸습니다. 버스에서 내린 할머니는 차장에게 인사하며 안쓰럽다는 듯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고, 얼마나 아플꼬. 그 머리가 빨리 나았으면 좋겠구려!”
어쩔 수 없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믿는 것만 보이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이웃을 의심하면서 그 사람이 내 물건에 손을 댔다고 믿으면 모든 것이 그 증거로 보입니다. 그러니 부활한 예수님도 믿어야만 보고 만날 수 있습니다. 부활의 기쁨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에게만 주어집니다. 그런데, 우리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나요? 어디서 예수님을 보셨나요? 바로 성체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매일 만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만나지 못했다고 말한다면 아직 부활의 기쁨을 충만히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 우리는 성체가 예수님임을 미사 때마다 고백하면서 예수님을 만났느냐고 물으면 만나지 못했다고 대답하는 것이겠습니까? 우리가 예수님을 단순히 알 뿐, 믿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실의에 빠져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에게 “아, 어리석은 자들아! 예언자들이 말한 모든 것을 믿는 데에 마음이 어찌 이리 굼뜨냐?”라고 하신 말씀은 바로 예수님을 알기만 하고 제대로 믿지를 못하고 있는 우리에게 하시는 말씀인 것입니다.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처럼, 먼저 성경을 공부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성경을 제대로 이해하고 믿는다면, 그때에 우리는 성찬의 식탁에서 주님을 만날 수가 있으며 그 주님을 마음에 모시고 절망의 길이 아니라 희망의 길을 힘차게 걸어갈 수가 있게 될 것입니다. 성경을 읽고 묵상함으로 성찬의 식탁에서 주님을 만나뵐 수 있는 은총이 모두에게 있기를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