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1943년 10월 10일은 싱가포르에서 일본군들에게 억류되었던 포로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날입니다. 그날 감방 안에 라디오를 감추고 있었음이 발각되었고, 일본군들은 그 라디오를 찾아내려고 포로들을 심문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군은 관련되었을 것으로 여겨지는 포로들을 전에 YMCA회관으로 사용되었던 켐페타이 헌병사령부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곳은 공포의 고문 장소였습니다. 약 35명 정도가 소환되었고 계속 불려 나가 며칠 사이에 50명 전원이 불려 나갔습니다. 그들 중 절반가량이 고문으로 죽었습니다. 그들 중 살아남은 생존자가 그 곳의 경험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YMCA 건물 안 무서운 감방에 갇혀 있었던 그 긴 기간 동안에도 눈에 보이는 위로와 힘의 근원이 있었습니다. 나는 감방을 밝혀 주는 조그만 창문을 통해 보이는 성당의 첨탑과 그 꼭대기에 있는 십자가를 볼 수 있었습니다. 나는 그 십자가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는 것과 나를 위하여 십자가 위에서 고통을 당하셨던 분을 생각했습니다. 그 십자가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온갖 잘못된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바르고 진실되게 서 있었습니다. 나도 바로 서서 예수 그리스도가 하신 대로 어떤 일이 있더라도 견디어 내리라고 결심했습니다.
우리는 교회 전례력에서 가장 거룩한 주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주님의 사랑이 가장 잘 드러나고 있는 이 한 주간을 그래서 교회는 성주간(聖週間)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성주간이 주는 참된 의미는 수난 자체가 아니라 바로 부활 신앙이라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이 부활의 신앙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모진 세상의 고통과 환란과 신체적인 장애까지도 능히 극복할 수 있는 기적의 삶입니다. 부활의 신앙 앞에 어둠의 권세는 패배를 당합니다. 부활의 신앙 앞에 절망은 희망으로 바뀝니다.부활의 신앙 앞에 무덤과 사망은 깨지고 영생의 복이 열려집니다. 이처럼 그리스도인들은 사망의 법에 매여 있는 어리석은 존재들이 아니라, 부활의 신앙으로 하늘로부터 오는 기적을 소망하는 복된 삶을 살아가는 자들입니다. 이 거룩한 한 주간, 주님의 수난을 통해 사랑을 배우며 그분의 부활을 통해 우리의 삶에 다시 새로운 활력과 힘을 얻어 주님을 닮은 삶을 살아가는 복된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