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난 살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습니다.

몸 어딘가 조금 이상하면 도착점을 앞에 둔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멀리 부산 영도로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서...

청춘을 다 바쳐 사랑하고

정성을 다해 헌신했고

죽을힘을 다해 견뎌냈던 시절이

덧없이 내 팽개쳐 질 때...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짊어져야할 십자가 기꺼이 지겠다는 마음으로

세상의 셈법을 따르지 않고 버텼습니다.

 

그러나 내가 잘 버티고 의연할수록

가만 내버려두지 않는 고약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견뎌내는 삶이 아니라 이겨내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마음잡았습니다.

 

그리하여 기회만 되면 아름다운 것을 보면서 마음의 묵은 때를 씻으려 애쓰고 있는 중입니다.

 

교통편이 좋지 않아 엄두를 못내던 사량도를 산악회 버스를 이용해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하도 칠현산을 등반하는 산악회 팀과 헤어져 혼자 상도로 향했습니다.

돌아오는 배편 시간을 안배해서 적당한 지점에서 하산하려고 한 계획이...

조난 다발지역으로 등산로가 폐쇄되어 산봉우리 두어개를 더 넘어서 하산해야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마음이 급해 서둘러 걷다 그만 다리에 쥐가나면서 쓰려졌습니다.

아무도 없는 산길에서 쓰러지기가 무섭게 누군가 나타나

다리를 주무르더니 근육경련 가라앉히는 주사를 놔 주었습니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사람이라면서 늘 비상 약을 갖고 다닌다고 하면서...

연락처도 남기지 않고 총총히 사라졌습니다.

   

최민순 역 시편 85절이 마음으로부터 솟아나 울렸습니다.

 

「인간이 무엇이기에 아니 잊으시나이까

이 종락 무엇이기에 따뜻이 돌보시나이까」

  

옛날 사람이라 그런지...

... 최민순 신부님 번역의 시편이 내 마음 울림과 코드가 잘 맞아 좋아합니다.

  

제가 무엇이라고 이다지도 살펴주시는지...

그렇게 산길에서 천사를 만났고 무사히 귀부하게 되었습니다.

 

산악회 버스 경유지 인근 성당을 검색...

전포성당 730분 미사로 정하고...

서면 로타리에서 도보 15분 거리를 10분만에 뛰어가니...

...성찬의 전례... 주보를 보니 7시 미사였어요.

 전포성당 1.jpg

전포성당 2.jpg

다 채워주시지는 않으셨어요.

성주간동안 조용히 근신하라는 처방으로 다리에 태클 거셨네요.ㅎㅎ

 

오늘 저녁 미사 강론에서

후회의 시간이 아니라 결심의 시간이라는 신부님 강론말씀이...

제게는...

토닥토닥...

잘하고 있어 하는 격려의 말씀으로 새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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