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5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사순 시기 막바지를 지내고 있는 우리에게 교회는 라자로의 부활 사건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무덤 앞에서, ”라자로야, 이리 나와라.”라고 선포하시며 그들 풀어주어 다니게 하라고 하십니다. 라자로의 부활 사건은 몸이 아니라 마음이 꽁꽁 결박당한 우리에게 나사로처럼 새로운 생명을 주시고, 새로운 자유를 주시는 것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마치 하느님께서 아담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인류를 창조하신 것처럼, 예수님은 죽은 나사로에게, 아니 심리적으로 죽은 시체나 다름없는 우리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제2의 창조 작업을 하시는 것입니다.
융 심리학자 안셀름 그륀은 신앙을 “무덤에서 일어나는 일, 환상의 잠에서 깨어나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는 또 부활은 “의식적으로 삶을 영위하는 일, 묶임과 가면 없이 열린 눈으로 사는 일”이라고 설명하며, 우리에게 “타율과 타성의 잠에서 깨어나라. 네 마음속의 무덤에서 떨치고 일어나 밖으로 힘차게 나와라! 그리하여 하느님의 사랑 안에 머무르라. 그게 바로 네가 진정으로 부활하는 길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주님께서는 죽음의 땅을 향해 걸어가십니다. 낙담과 절망, 이기심과 탐욕이 뒤엉켜 있고, 고독과 소외, 무관심의 악취가 진동하는 무덤을 찾아가십니다. 그 무덤은 우리 안에 있고, 내 안에 있습니다. 그리고 기꺼이 무덤 속에 잠들어 있는 우리의 믿음을 일으켜 세워주십니다. 사순 시기의 마지막 주간을 지내며 우리도 라자로처럼 주님의 음성을 듣고 어두운 무덤에서 나와 주님이 주시는 새로운 삶의 길을, 부활의 길을 걸어가는 아름다운 한 주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